기회비용 : 유럽 여행 vs 한국에서의 일상
오늘은 뮌헨에 돌아와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밀린 빨래를 하고, 마트에서 장을 봐서 점심으로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고, 다음 여행 계획과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저녁으로 스테이크도 구워 먹고 와인 한 잔과 함께 밀린 일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 외전 느낌으로 부끄럽지만, 내 생각을 한 번 적어보려고 한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고, 모든 선택에 만족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두 가지 모두 기회비용을 모두 나열하고 고민한다. 그런 치열한 고민 끝에 하나의 선택을 하면, 후회는 최대한 덜 한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치열했던 고민의 과정을 알기에 이게 최선이라는 믿음도 있고, 나의 선택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만 찾으려고 한다.
내가 올해 한 가장 큰 선택이라고 하면, 당연히 유럽에 온 것이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가는 여행이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여행을 떠나면서 포기한 것들도 많다.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할 수 있던 다양한 활동들. 그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한 동아리 활동이 있다. 그 동아리를 1년 정도 했는데, 이번 학기 운영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나에게 주어진 2주의 고민 기간 동안 2시간마다 선택이 바뀌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유럽에 왔다. 지금도 그 동아리 활동을 하는 지인들을 보면 부러움도 아쉬움도 있다. 내가 같이 했다면 나도 재밌게 했을 텐데. 더 친해졌을 텐데. 이런 아쉬움이 따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한국에서의 활동들은 모순적으로 내가 유럽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것. 동아리를 했으면 또 처음 보는 수많은 사람과 애매하게 친했던 지인들 사이에서 또다시 가면을 쓰고, 심지어는 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살았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가면 따위는 없다. 물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조금의 신경은 쓰지만 한국에서의 가면과 비교하면 훨씬 자유롭다. 우리나라 닭장 안의 닭에서 유럽의 넓은 목초지를 유유히 걸어 다니는 소가 된 기분이라면 정확할 것 같다. 이 목초지도 분명한 끝이 있고 울타리가 있을 테지만, A4용지 닭장에서 푸른 자연과 함께하는 드넓은 목초지. 정말 큰 변화이다.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내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의 모습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자유롭고 행복하니 그걸로 만족하고 싶다.
다시 기회비용 얘기로 돌아가면, 이런 자유 덕분에 한국에서의 생활의 기회비용은 무시가 될 정도로 유럽에서의 삶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알바를 통한 소득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지출만 가득한... 물질적인 기회비용도 있고, 가족들과 친구들도 보고 싶지만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온 것을 가장 만족하는 이유인 것 같다.
문득 한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써봤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이 한 모든 선택을 한 번씩은 칭찬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했던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떠올리며 이 선택이 나의 최선이었음을 다시 떠올리고, 장점들만 생각하며 미소도 한 번씩 짓는 긍정적인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