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에 40유로를 쓴 하루
어젯밤에 다음 여행을 알아보다가 새벽 2시 반에 잠들었다. 오늘부터는 정말 12시 전에는 자봐야겠다. 늦게 잠에 들었지만 7시 반에 공항버스를 타러 나가는 게 목표라서 6시 45분부터 알람을 설정해 놨다. 나는 원래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놓는 편이라서 그 뒤로도 알람이 우수수 있었는데, 6시 45분에 일어나서 뒤에 알람을 다 꺼놨다. 그러고 기절했는지 다시 정신을 차리니 7시 23분이었다. 원래 30분에 나가려고 했는데 큰일 났다 싶어서 준비를 해서 결국 43분에 숙소를 나섰다. 아침에 비몽사몽 한 상태로 짐까지 챙겨서 나오려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20분 거리이고, 버스는 8시에 출발하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밖에 나가니 46분이 되었다. 큰일 났다 싶어서 뛰기 시작했다. 하필 길이 오르막이라서 힘들었지만,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는 30분 뒤라서 비행기 시간에 촉박할까 봐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 쉬고를 반복해 1분을 남기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려서 버스 내내 기절해서 잠들었다. 너무 곤히 잠들었는지 도착해서 일어나니 옆 자리에 앉아계시던 터키 남자분께서 Are you okay?라고 물어보셔서 머쓱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 검사도 하고 출국 심사를 하려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았고, 한 사람당 시간도 오래 걸려서 위탁 수하물이 없는데도 공항에 도착해서 면세 구역까지 거의 1시간이 걸렸다. 면세구역까지 들어가니 보딩 시간까지 40분 정도가 남았다. 맥도날드가 보여서 아이스크림과 버거 하나를 주문해 먹었다. 한국에서도 시간이 뜨거나 시원한 게 먹고 싶을 때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었는데,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맛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해서는 기절하듯 잠을 자고, 도착할 때쯤 일어났다. 도착하기 직전이라 하강하는 모습을 창 밖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 구름도 예뻤지만 구름 아래로 내려와 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넓은 논밭, 작은 마을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까지 평화로워서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고 랜딩까지 완료해 다시 뮌헨 땅을 밟았다.
뮌헨 땅을 밟아서는 또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번에는 입국 심사였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입국 심사하는 곳으로 버스를 차고 이동해 장장 50분을 기다렸다. 전에 한국에서 입국할 때나 영국에서 입국할 때 이 정도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오늘 유독 심사를 엄격하게 하셨다. 나는 다행히 왜 왔는지만 물어보시고 통과를 시켜주셨다. 이제 한국에 갈 때까지 EU 안에서 이동할 계획이라 당분간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잠깐 묘했다. 마지막에는 항상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다행히 짐이 없어 입국 심사를 받고 바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짐을 잠깐 풀어놓고 마트 장보기부터 시작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우유와 계란, 그리고 소세지를 사서 집에 넣어놓고, 멀리 있는 REWE까지 갔다. 집 주변에는 에데카만 있는데 과일은 레베가 더 맛있고 저렴해서 지하철로 20분 거리에 있는 레베까지 갔다.
멀리 나간 김에 밀린 장보기 리스트를 하나씩 처리했다. 먼저 디엠에 가서 수분 크림부터 하나 샀다. 낮에 바를 크림이 없는데, 이제 슬 건조해지는 날씨고 피부가 조금씩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히알루론 낮크림을 구매했다. 다음으로는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고아시아에서 까르보 불닭과 치즈 불닭을 샀다. 사는 김에 쌈장도 떨어져 가서 살지 말지 고민하다가 세일하길래.. 구매했다. 그러고 원래 목적지인 레베로 향했다. 레베에서 과일이랑 샐러드용 채소, 치즈, 와인을 사려고 그래서 토마토 2팩과 블루베리, 작은 와인 2병, 치즈 그리고 요거트 하나를 샀다. 치즈가.. 비쌌지만 인터넷에서 본 레베 추천 치즈라서 사봤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레베에 다진 마늘을 판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진짜 다진 냉동 마늘이 있어서 내 사랑 알리오올리오를 만들어 먹기 위해 하나를 샀다. 그렇게 두둑하게 사서 귀가했다. 오는 길에 고기를 깜빡한 게 생각나 집 앞 에데카에서 돼지고기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후다닥 세수만 하고 저녁을 만들었다. 소세지를 굽고, 올리브오일에 다진 마늘을 볶았다. 원래 페퍼론치노를 넣는데 없어서 파프리카 가루도 조금 넣고 볶았다. 원팬 파스타를 만들 계획이라서 그 위에 물을 붓고 파스타 면도 넣었다. 파스타면이 익는 동안 샐러드 채소도 씻고 방울토마토도 올리고 치즈도 올려 샐러드를 완성했다. 파스타까지 완성해 저녁을 먹었다.
사실 파스타는 마늘 맛이 애매하게 나서 알리오올리오의 맛은 아니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킥은 샐러드였다. 추천받아서 산 치즈가 정말 맛있었다. 치즈 특유의 꼬릿함은 약한데 풍미 가득하고 부드러워서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서 먹는 샐러드 맛이었다. 샐러드 채소랑 방울토마토, 치즈 그리고 발사믹만 뿌렸는데도 맛있어서 야무지게 비우고 설거지를 하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이제 글을 쓰고 가족 여행 계획도 세우고 오늘은 정말 일찍 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