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러 온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 시작하는 하루이다. 베네치아는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번 호텔은 메스트레 섬에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준비하고 본섬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10분이면 본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내내 푸른 바다가 보여서 아침부터 힐링이 되었다. 산과 바다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아직까지 바다인 것 같다.
사실 베네치아는 골목길도 많고 미로 같아서 정처 없이 길을 잃으며 걸어 다니는 게 베네치아를 가장 잘 구경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일단 걷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을 카페를 찾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람도 많고 리뷰도 좋은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카푸치노 한 잔과 피스타치오 크로와상 하나를 주문했다. 카푸치노부터 한 모금 마셔봤는데, 감동의 맛이었다. 근 한 달 동안 마신 카푸치노 중에 가장 맛있었다. 크로와상은 정말 보이는 피스타치오크림이 피스타치오 크림의 전부라서 살짝 아쉬웠지만, 배부르게 잘 먹었다.
다음으로는 걸어가다가 저장해 둔 젤라또 가게가 있어서 피스타치오와 요거트맛을 주문했다. 5.5유로로 비쌌지만.. 꾸덕하고 맛있었다. 내가 기대한 젤라또 특유의 쫀득함은 없었지만 묵직하고 꾸덕하고 요거트와 피스타치오 맛도 진해서 맛있게 먹었다. 사실 엄마랑 전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전화를 거의 1시간을 해서 걸어 다니면서 먹으면서 전화하느라 약간 정신없었다.
베네치아의 길은 정말 미로 같았다. 대부분의 길이 골목길이고, 길이 다양하고 중간에 물길도 많았다. 물길이 많아서 다리도 정말 많았는데, 다리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서 아름답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베네치아에는 정말 먹으러 왔기 때문에.., 먹지 않는 시간에는 무작정 걸었다, 걷는 것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지만 길이 예쁘고 미로 같아서 어디를 걸어도 새로운 길이 나오는 게 재밌어서 더 많이 걷게 되었다. 그렇게 걷다가 산 마르코 광장도 보고 리알토 다리도 봤다.
걷다가 저장해 놓은 티라미수 집이 있어서 찾아갔다. 안에서 먹으려면 서서 먹어야 해서 호텔에서 간식으로 먹으려고 테이크아웃을 했다. 티라미수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앞에서 계속해서 티라미수를 만들고 계셨다. 만드시는 모습을 직접 보니 왠지 모르게 맛있을 것만 같았다.
걷고 또 걷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찾아놓은 리조또 집에 갔다. 리조또는 거의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해서 어제 찾아놓은 1인분이 가능한 리조또 집이었다. 먹물 리조또를 하나 주문했다. 사실 파스타를 사랑해서 리조또는 정말 1년 반 만에 먹는 건데, 해물이 들어간 리조또를 먹는 게 이번 베네치아의 버킷리스트라서 주문해 봤다. 주문하고 10분 정도 기다리니 까만 리조또가 나왔다. 살짝 짰지만, 밥도 적당히 잘 익고 간도 잘 베이고 부드러우면서 중독성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오징어도 정말 부드러워서 오징어 한 조각에 리조또 조금 먹으니 잘 어울렸다.
배부르게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한 시간 정도를 또 골목길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치게티를 파는 바가 있어서 들어갔다. 사실 카페를 찾아서 가고 있었는데, 베네치아의 명물인 치게티 바가 있었고, 현지 사람들이 많아 보여서 홀린 듯이 들어갔다. 프로세코 한 잔과 치게티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치게티는 바게트 위에 이런저런 재료를 올리는 베네치아의 요리이다. 훈제연어, 게살 등 다양한 맛이 있었지만 바질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난한 안주를 고르고 싶어서 바질 위에 치즈와 잼이 올라간 치게티를 골랐다. 일단 프로세코부터 마셔봤는데 맛있었다. 찾아보니 프로세코는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 탄산이라고 하는데, 나에게 딱 적당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나의 최애 와인은 프로세코가 될 것 같다. 이렇게 또 하나의 취향을 정립하니 뿌듯했다. 치게티는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었다. 바게트 위에 바질이 듬뿍 올라가서 바질 풍미가 느껴지고 치즈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과 마멀레이드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잠깐 앉아서 여유도 즐기고 책도 조금 읽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중에 고민하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이 조금 더 특색 있어 보여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했다. 학생할인을 받아 9유로에 티켓을 사고 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단순히 미술 작품 전시를 넘어 하나의 고유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바깥 베네치아 풍경과 독립적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초록초록하고 앤틱하면서 신비롭고 고요한 느낌이 있어서 구겐하임 세상처럼 느껴졌다.
먼저 들어간 곳은 특별 전시관이었다. ‘Beyond the Circle’이라는 곳이었다. 제목처럼 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기초가 되는 모양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를 구현하고 다양한 색상을 조합하고 평명, 그리고 입체로 만드는 게 신기했다.
다음으로는 메인 전시관으로 향했다. 피카소, 달리, 앤디 워홀 등 유명한 작가의 그림들이 있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그림들이 있었다. 아직 미술에 대해 무지해서인지 작품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들도 있었다.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들도 많았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앤디 워홀의 Flowers라는 작품이었다. 까만 바탕에 흰색 꽃이 그려져 있고 자유로운 초록색 터치들이 잎과 줄기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자유와 평화가 느껴지고 unique 하게 느껴졌다.
사실 미술관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구경은 1시간 조금 더 걸렸다. 미술관을 구경하고는 근처 바로 향했다. 전에 로마에서 마신 휴고 스프리츠가 맛있어서 한 잔을 주문했다. 바로 만들어주셔서 만드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탄산수를 넣고 프로세코를 넣고 허브를 넣고 올리브 스틱 하나를 넣어 마무리하셨다. 담백하고 깔끔해서 맛있었다. 올리브가 들어간 게 신기했는데, 다 마시고 올리브를 야금야금 먹으니 안주 같고 맛있었다. 잠깐 쉬다가 큰 마트로 걸어갔다. 가서 꿀사탕도 하나 사고, 밤에 마실 화이트와인도 샀다. 사실 프로세코를 사고 싶었는데 큰 사이즈밖에 없어서 팩에 든 화이트 와인을 골랐다. 저녁에 마실 산 펠레 그리고 탄산수도 하나 샀다. 750ML가 1유로라니..! 이건 마셔야지 싶어서 큰 병으로 샀다.
만족스러운 마트 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드디어 베네치아의 메인 목적인 해산물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사실 한국인 맛집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후기에 인생 해산물 파스타라는 한국인 분들의 후기가 많아서 기대를 잔뜩 가지고 갔다.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조개로 가득한 파스타가 나왔다. 후기대로 감칠맛도 엄청나고 고소하면서 간도 적당하고 맛있었다. 근데 모든 조개에서 모래가 씹혔다. 여기는 해감 과정을 안 거치고 모래도 같이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모래가 씹혔고, 조개를 먹지 않고 파스타만 집어 먹어도 모래가 씹혔다. 맛있었지만 충수염이 1년 정도 앞당겨지는 모래 양이었다.
저녁까지 먹고는 다시 기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야식으로 팩에 든 와인이랑 티라미수를 먹었다. 티라미수..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달달하고 느끼하지 않고 커피 맛도 적당한 게 정말 맛있었다. 이제 여행 계획을 마저 세우려고 한다. 와인을 마셔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끝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