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존을 위해 함께하고 있으니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빨리 깨달으면 좋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 속에서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이것은 팩트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하고, 함께 논의하고, 식사도 같이 합니다.
결국에 서로를 이어주는 일이란 연결고리가 없다면, 함께 있을 이유도 없는 것이 직장 동료입니다.
금요일 12시. 다 같이 점심을 먹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분이 주말에 뭐하는지 묻습니다.
"강릉에 다녀오려고요, 드라이브도 좀 하구~"
"우와 좋겠다. 거기 맛집 가봐. 진짜 맛있더라고~"
"와, 꼭 가봐야겠다. 고마워요"
다음 주 월요일 점심.
"서 과장, 주말 뭐했어? 집에서 쉬었나?"
"아 강릉 다녀왔습니다."
"아 맞다, 맞다. 강릉 간댔지? 좋았어?"
저만 그렇습니까?
사실 저는 이런 비슷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순간순간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이 대화를 하지만, 결국 소멸되고 마는 짧은 기억들에 지나지 않는 그런 순간들.
사실 사회 초년생 때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어떤 배려에도, 배려로 돌아오지 않는 순간.
진실한 마음을 전했을 때, 상대방에겐 그저 흘러가는 말이 되는 순간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운해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말에 뭐하는지, 또 뭐했는지 물었던 그분의 의도는 그래도 저에 대한 관심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옅은 관계 속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옅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작은 관심 정도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직장에 나옵니다.
각자의 밥벌이를 위해, 각자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일을 처리해 갑니다.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나'의 생존을 위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그래서 옅을 수밖에 없습니다. 옅은 관계에 아쉬워하기보다는 그 관계 속에서도 작은 관심이 오고 간다는 점에 감사하려 합니다.
그래서 저도 묻습니다.
"이대리, 이번 주말엔 어떻게 지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