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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탐구가 Apr 17. 2022

언젠간 퇴-사 4

험담과 정치 질의 끝은 어디인가

회사생활 10년 차.

적지 않은 시간은 맞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노련함이 묻어 나오지는 않는 그런 위치.

나와 비슷하게 다닌 사람들은 보통 팀장을 달거나, 중간관리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맞이하는 시기쯤 된다.


한 회사에서 시간을 쌓아가다 보니, 이제 그냥 직장동료라기보다는, 

군대로 치면 '전우애'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된 몇몇 분들이 생긴다.

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형님, 동생 하며 서로 더 가깝게 지내고, 거리가 있는 동료였다면 나누지 못할 얘기들도 서슴없이 나누게 된다.


그분들은 회사에서 만났으니, 아무래도 나누는 대화의 80% 이상은 회사 관련 얘기다.

단톡방에서는 업무적인 내용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웃고 떠들며 늘 '힘내자, 버티자'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결국 대화 내용은 어떤 특정 인물들을 욕하는 험담으로 번진다. 나 또한 누군가를 깎아내리며, 그 보다 내가 더 우월하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우쭐했던 것 같다.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특정 인물에 대해 느끼는 어떤 비슷한 지점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욕을 하고, 흠을 찾고, 낄낄거리며 후련함을 느꼈다. 

우리는 일을 잘하고 있고, 인사권을 쥔 분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는 그 형체 없는 자신감에 안도하면서 말이다.


최근 들어 '언젠간 (자발적)퇴-사'를 결심하게 되면서,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한다.

과연 남을 험담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내겐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싶었다. 남의 흠집을 찾아내고, 욕하는데 쓰는 그 에너지를 아껴서, 내가 목표했던 바를 이루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오늘도 친한 동료들과 만들어진 단톡방은 의미 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그 애, 미친 거 아냐? 일처리를 뭐 그딴 식으로 하냐?'

'그 애는 인사도 안 하더라, 개념 겁나 없네'

'그 사람 근무시간 조정해 놓은 것 봤냐? 가관이네..'


이런 무의미한 대화들.

이젠 정말 끊어내고 싶고, 지긋지긋하다.

특정 인물이 회사에서 어떤 삶을 살든, 내가 바꿀 수도 없고 관여할 바도 아닌 것이다.

왜 이토록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을까.


삶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남을 비하하면, 그 순간은 후련하고 내가 더 우월한 것 같지만, 결국 남는 것은 없다.

회사에서는 담백하게 일만 한다. 내 인생의 방향타를 쥘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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