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지나온 나의 모든 시간이 그립다.
아쉬움이 남는 시간은 있어도 후회되는 시간은 없는 나의 모든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어릴 적부터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동네에 예쁜 팬시점이라도 생기면 펜과 편지지를 구경하느라 몇시간씩 머물러 보기도 했었다.
연필의 사각소리를 좋아했고 편지지의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좋았었더랬다.
특별한 날이면 친구들에게 편지를 자주 써주며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았었더랬다.
유독 감정표현에 서툴고 말주변이 없는 아이라 나의 이야기를 종이에 담아내는 것이 편했었더랬다.
편지 한장을 써내려가는 것도 우선 연습장에 편지글을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여러번 다듬어 나갔다.
그렇게 내가 만족할 때까지 다듬어진 편지글은 그제서야 편지지에 옮길 수 있었다.
그런 나의 글쓰기 습관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느 글공모전에 당선된 적도 없고 출간된 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직장생활을 하며 문예창작과 대학생활을 함께 했을 뿐이다.
작은 존재이지만
편지글 하나, 사소한 글 하나에도 많은 생각을 내뱉은 후에야 완성시키는 나이다.
여전히 마흔이 넘은 나는 일상을 끼적이는 중이다.
일상을 담아 나의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주변을 유심히 바라보다 보면 매일을 기록해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아침 좋아하는 책 필사를 하는 사람..
매일 밤 감정일기로 자신을 되돌아 보는 사람..
매일 자신의 일과를 소화해 내기 위해 꾸준히 메모하는 사람..
나 또한 그들 사이 어디쯤에 머무는 사람이고 싶다.
22년의 직장생활의 마침표를 찍으며 어느날엔 나는 잠깐동안 나를 돌아보았었다.
문득 지나온 나의 모든 시간이 그리웠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지만 아쉬웠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해도 또 그렇게 했을 나의 모든 시간에 후회는 없었다.
그래서 직장생활동안 꾸준하지 못했던 나의 기록을 이제야 다시 담아보기로 했다.
여전히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여전히 나는 말보다 글이 더 편하다.
그래서 나는 지나온 나를 기록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졌다.
다시 나의 시간을 묵묵히 걷는다.
나를 기록하기로 하며 작은 바램도 하나 가져본다.
나의 글이 친정엄마에게는 위로의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글이 딸내미에게는 격려의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