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허리 통증의 시작

잘못된 자세

by 에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미술학원을 다녔고 중학교 때 친구 따라 얼떨결에 예고 입시미술을 시작했다. 책상에서만 그림을 그렸던 난 입시 미술학원에서 처음으로 이젤을 사용하게 되었고 불편한 이젤에 억지로 적응하면서 내 허리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그림에만 신경을 쓰느라 구부정한 자세에 다리는 꼰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한 자세로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께서 바른 자세를 자주 강조 했던 것 같긴 하지만 집중하다 보면 무너지는 내 자세를 굳이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불안정하고 안 좋은 자세는 한참 성장기 었던 나에게 특히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밥시간 빼고 그림만 그렸다. 한정된 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해 내고 매일 시험과 평가가 반복되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그동안 동네 미술학원에서 혼자 그림 그리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여러 명이서 그림 그리는 게 재밌었고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다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대학을 가기 위한 미대입시를 시작하게 된다. 겨우 이젤에 적응한 몸은 다시 책상에 돌아가서 적응을 해야 했다. 하루종일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중간중간에 그림을 바닥에 펼친 채로 그림을 보고 서서 확인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그림을 수정하고의 반복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척추 측만이 있다고 했다. 한창 입시를 할 때라 치료할 시간도 부족하고 돈도 당장 없어 급하게 통증을 없애기 위한 물리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입시가 끝날 때까지 거의 매일 학원 가기 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마지막 고3끝무렵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학원에서 시험 치는 중간에 빈 강의실에 누워있다가 나오고 시험을 치는 날이면 꼭 허리랑 손목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시험장에 갔다. 입시만 끝나면 꼭 치료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입시 생활을 보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