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노예
졸업하고 알바를 틈틈이 하며 못 땄던 운전면허도 따고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와 자격증 준비를 하다 어쩌다 보니 좋은 기회로 학생 때 인턴을 잠깐 했던 사장님께서 입사 제의를 해주셨고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허리치료를 시작도 안 했는데 지금 이렇게 취업을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기도인의 서울 출퇴근은 매우 험난했다. 왕복 4시간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서 매일 뛰 다니는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허리는 남아나질 않았다. 북적이는 서울 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현장 근무도 나가고 잦은 야근을 하면서 몸이 많이 나빠졌다.
건강해지기 위해 헬스장을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한의원에서 침을 주기적으로 맞다가 정형외과에서 주사치료를 시작했다. 나아지고 싶어서 간 병원에서 맞은 주사는 약물 부작용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게 되고 아무런 차도 없이 치료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 이후 부작용이 무서워서 허리치료를 쉽사리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바빠서 거의 매일 야근이 반복되던 어느 날 감기기운이 있었던 나는 양치를 하면서 구부린 자세로 기침을 하게 되고 순간 두둑 소리와 함께 디스크가 터져버렸다. 느낌이 싸했다. 평상시에 느끼는 통증과는 차원이 달랐다. 허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살짝 구부린 그 자세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누구한테 말도 못 한 채 굽힐 수도 펼 수도 없는 허리로 업무를 마치고 집에 왔다. 이게 그냥 둘 허리가 아니구나, 이번엔 큰일이 났구나 싶어 다음날 점심시간에
바로 병원에 갔다.
MRI촬영을 해보니 디스크가 터졌다고 한다. 추간판 탈출증, 설마 아니길 바랐는데 결국 터져버렸다. 그동안 치료를 미루던 내가 원망스럽고, 돈이 없는 상황이 원망스럽고 왜 이렇게 된 걸까, 난 왜 이지경이 될 동안 방치했을까 많이 속상했다. 진작에 치료를 받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고 난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시작해 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