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케빈 코스트너"가 그랬고, 작고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그랬듯이 배우가 직접 걸작을 연출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벤 스틸러"를 앞의 두 거장에 비할바는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이 코미디 영화의 연출자가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의외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높은 평점 만큼이나 깊이 있는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벤 스틸러"라는 코미디 배우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월터 미티 (벤 스틸러)"는 유명 잡지사 "라이프"에서 사진을 담당하고 있는 16년차 경력직 직원 입니다. 그는 사진 필름으로 가득한 어두운 공간에서 "에르난도"라는 동료와 같이 전속 사진사가 보낸 필름을 관리하고, 그 중 잡지의 표지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입사한지 1년도 안 된 "셰릴 (크리스틴 위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들이 하나 있고, 이혼한 상태인 "돌싱" 입니다. "월터"는 노트북에 "데이팅앱"을 설치하고, 자신의 프로필을 대충 적은 후에 같은 "앱"의 회원인 "셰릴"에게 윙크를 보내지만, "앱"의 오류로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무료하게 그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터"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수시로 "멍을 때린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멈춰서서 주변은 신경도 안쓰고 온갖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상상의 나래를 현실과 절묘하게 엮어 관객을 매료시키고, 다음 "멍 때림"은 언제일까 하는 기대감을 줍니다.
그런데 세상이 디지털화 됨에 따라 어느덧 종이에 인쇄된 잡지에서 온라인 잡지로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 오고, 정리해고 전문가 "테드"를 고용하여 다수의 직원을 해고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멍때림"은 멈추지 않고, 당연히 "테드"에게 찍히게 되고 16년이나 있던 직장생활에 종지부가 찍힐 상황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라이프"지의 마지막호의 표지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전속 사진사 "숀 오코넬 (숀 펜)"이 보낸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보낸 사진 중에서 25번째 사진을 표지에 올리라고 했는데, "월터"는 도무지 그 사진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도 만난적은 없지만, 자신의 사진을 가장 잘 이해해 준다며 사진사 "숀 오코너"는 가죽 지갑을 그에게 선물로 보냅니다. 그러나 "월터"에게 중요한 것은 마지막 사진 25번 입니다. 그는 낙심하여 쓸모없는 지갑이나 보냈다며 휴지통에 버리고, "셰릴"의 도움으로 사진사가 보낸 나머지 사진속에서 우연히 힌트를 발견하여 "숀 오코넬"의 역추적에 돌입합니다.
일단 "월터"는 그가 "그린랜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다짜고짜 "그린랜드"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리고 도착한 "그린랜드"의 맥주집에서 바다위의 선박에 우편물을 전달하는 술주정뱅이 헬리콥터 조종사를 만나게 되고, 겁도 없이 헬기에 올라탑니다. 이제 이판사판 입니다. 헬기는 어느덧 공해상으로 날아가서 "아이슬랜드"로 향하는 선박위로 날아 오르고, "월터"는 바다에 뛰어내려 허우적거리다가 가까스로 구출되어 배로 오릅니다. 그러나 사진사를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셰릴"도 자신도 모두 해고되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러다가 어머니로부터 사진사가 자신의 집에 들렸었다는 사실과 그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다시 무작정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리고 결국 험하기 짝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의 산 위에서 "눈 표범"을 촬영하기 위하여 매복해 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숀 오코넬"으 25번 사진을 자신이 선물로 준 가죽지갑에 넣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지갑은 "월터"가 이미 버렸습니다. 사진사를 실망시키고 자신도 낙심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어머니가 휴지통에서 건져둔 "가죽지갑"을 그에게 건네고, 그 지갑에는 25번째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월터"는 그 사진을 확인도 하지 않고 "라이프"사에 제출하고 회사를 나옵니다. 그리고 얼마후에 확인도 안하고 전달했던 그 사진이 "라이프"지의 마지막 표지에 실린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 표지에는 회사 현관 앞에 앉아서 큰 사진 현판을 들고 햇빛에 비춰보며 사진을 고르는 "월터 미티"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감동적인 영화는 아마도 종이잡지 기자들에게서 많은 공감을 이끌어 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시대의 변화와 그 속에서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인간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내 인생을 개척해 내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월터"는 시종일관 수시로 "멍 때림"의 세상으로 빠져들고 현실세계에 대한 조금의 미련도 없습니다만, 그 "멍 때림"은 그가 "그린랜드"로 무작정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멈추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린랜드"에서 헬리콥터를 탈까 말까 망설일 때 등장하는 "셰릴"의 환상이 그의 마지막 "멍 때림"이 되고, 그가 강력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물불 안가리고 인생을 던지면서 "멍 때림"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가 "그린랜드" 이곳 저곳을 누비고, 스케이트보드로 신나게 도로를 질주하며, 겁도없이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고, 민간이 출입이 통제된 위험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고, 해발 5천미터가 넘는 산악지형을 기꺼이 올라가고, 그곳에서 그의 목표인 "숀 오코넬"을 만나기까지 그가 누렸던 시간은 그가 진정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살아낸 그의 인생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인생이 지루하고, 사회에서 밀려난다는 느낌이 들 때, 겁먹지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합니다. 초반에 "멍 때림"이 취미인 "월터"는 "데이팅앱"을 통하여 연인을 만들고자 하지만, 프로필에 적을 내용이 하나도 없어 대충 마무리 하고 한 개의 "윙크"도 받지 못하다가, 말도 안되는 도전을 하고나서 그 경험을 "프로필"에 적고 300명의 회원에게서 윙크를 받습니다. 이 "윙크"는 사실상 "좋아요" 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이 "좋아요"에 목매고, 관심을 받고 싶어 몸부림 치는 것도 사실은 모두 우리 인생을 더 의미있게 살아보려는 몸부림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