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T (1995)
우리 시대의 최고의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대부 2"에서 같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서로 등장하는 시대가 달랐기 때문에 스크린에 같이 등장하여 서로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벌인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일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이 둘을 다른 배우로 대체하는 것은 상상도 안 될 정도로 둘도 없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감독이 남자 배우의 "마초"적 특성을 가장 멋지게 보여주는 "마이클 만" 감독입니다.
"히트"는 업계에서 사람을 감시하거나 제거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은어라고 합니다만, 그 보다는 경찰의 리더와 범죄조직의 리더가 보여주는 불꽃튀는 대결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가장 큰 어필을 한 것은 LA 도심에서 벌어지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총격전"일 것입니다. 당연히 공포탄이었겠지만, "발 킬머"가 M16기관총으로 난사할 때 탄피가 수도 없이 옆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은 이 장면의 현실성을 극대화 합니다. 게다가 총알이 다수의 경찰차 문이 누더기가 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면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정말 M16으로 쏘는것 같네"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은행강도가 무려 M16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경찰에게 방탄복이나 방패조차도 없이 오직 차를 방패로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 장면은 헐리웃 영화 역사상 가장 리얼한 도심 총격전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지 범죄조직과 그를 쫒고 막아내는 경찰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전부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는 영화의 중반에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전부가 담겨 있습니다. 서로 처음에는 상대편을 경계하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면서 한 쪽은 쫒는 경찰이고 다른 쪽은 쫒기는 범죄자이기는 하지만 서로 상대편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이 거기가 거기이고, 이 피곤하고 험한 세상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남자"의 인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심지어는 대화를 나누다가 미소마저 짓기 시작하면서 결국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두 팀이 등장하는데 한 쪽은 경찰팀이고, 다른 쪽은 범죄자 팀 입니다. 그리고 똑같게도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두 팀의 리더로 모든 아이디어의 시작점이고, 두 조직을 한 덩어리로 이끄는 리더쉽을 발휘합니다. 즉, 똑같은 운명의 바퀴에 올라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알 파치노"는 밤낮없이 범죄자를 쫒아다니느라 가정이 파탄나기 직전이고, "드니로"도 밤낮없이 도망다니느라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즉, 이 두 남자의 세계에 정상적인 가정과 여자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두 남자 모두 자신의 일에 완전히 미쳐있고, 다른 것은 할 줄도 모르는 것조차 똑같습니다. 따라서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LA 도심이나, 마지막 대결을 하는 공항 활주로 근처의 풀밭이 결국은 두 주인공이 사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이 발휘되고, 자신의 운명도 그곳에서 마감합니다. 여기서 "드니로"가 "알 파치노"에게 당하는 것은 그 자신이 세운 "원칙"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커피숍에서 "드니로"는 "알 파치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드니로 : 친구가 한 번은 이런 말을 했었지. "자신에게 아무것도 애착을 갖지 않게 해. 그게 정확히 30초안에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고 가까운 곳에서 낌새를 느낀다면 말이야."
- 알 파치노 : 그렇다면 자넨 내가 주위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여자를 그냥 버린다는 건가? 작별 인사도 없이?
- 드니로 : 그게 규율이야.
- 알 파치노 : 그건 꽤 공허하군. 아닌가?
- 드니로 : 그래 그건 그런거야. 아니면 우리 둘 다 뭔가 다른 걸 하는 게 나을거야 친구.
- 알 파치노 : 다른 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군.
- 드니로 : 나도 마찬가지야.
- 알 파치노 : 그렇게 원하지 않기도 하고.
- 드니로 : 나도 마찬가지야. (둘 다 미소).
드니로는 여기서 30초안에 여자친구를 버리지 못하고 자신과 유럽으로 같이 가려고 설득해서 끌고 갑니다. 자신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지요. 또하나 빨리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조직을 배신한 놈을 처단하겠다고 기필코 그가 숨어있는 병원을 찾아가 제거합니다. 경찰이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드니로의 이와 같은 시간 지연으로 인하여 알 파치노와 공항 근처에서 마주하게 되고, 드니로가 패배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드니로"는 "알 파치노"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을 잡아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하나가 된 감정에 도달합니다. 이 영화는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50분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오래 남는 여운 때문에 또다시 보고싶게 만드는 진정한 걸작입니다.
- 영화의 말미에 결국 "발 킬머"는 살아서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가 "히트 2"로 "마이클 만" 감독에 의하여 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