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학애호가 Nov 09. 2024

센스 앤 센서빌리티 - 이 안

현대영화리뷰

"센스 앤 센서빌리티(이성과 감성)"은 1995년에 이 안 감독이 영화로 옮긴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입니다. 현재까지 영화화 된 제인 오스틴의 작품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출연진도 대단하고, 음악도 정말 수정처럼 아름답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각본이 아주 좋습니다. 1996년에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을 정도로 원작을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각색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엠마 톰슨"이 했다는 것입니다. 재능 있고 지적인 배우라고 불릴만 합니다. 


제목 "이성과 감성"은 포스터에 나온 두 자매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불같은 사랑을 꿈꾸며 자신의 감정에 조금도 거짓이 없이 솔직한 "마리앤 대쉬우드"역의 케이트 윈슬렛과 자기 관리가 빈틈없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철저하게 이성에 기반한 성격의 "엘리너 대쉬우드"의 엠마 톰슨의 연애담이 이 영화의 중심 입니다. 줄거리는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과 거의 비슷한 스타일로서 가부장적인 남성 귀족들과 억압받는 여성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연애담 입니다. 맺어질 것 같다가도 갑작스런 관계의 틀어짐과 오해로 헤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지금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영국의 대표적인 작품들 입니다만, 정확히는 그냥 19세기의 통속 소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의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생활하다가 무도회나 피크닉이 있으면 잠시 여흥의 시간을 가지고, 운 좋으면 그 곳에서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맺어지는 여성 중심의 해피 엔딩 소설입니다. 당시에 대부분의 재산은 남자에게 있고, 유산의 상속도 무조건 장남이며, 그 유산의 배분도 장남이고, 장남이 요구하면 살던 집도 나가야 하고, 장남이 나눠주는 약간의 유산으로 겨우 생활을 하고, 딱히 직업도 없으며 좋은 남자 만나는 것 외에는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영위할 방법도 없는 시대. 그리고 유산을 상속받는 장남도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키면 가차없이 유산을 둘째에게 빼앗기고 방출되는 냉혹한 "명예 제일주의의 시대". 빅토리아 시대 입니다. 그리고 제인 오스틴이 없었다면 이런 시대적 사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계층의 생활 방식이나 성격의 형성등을 지극히 꼼꼼하고 정교하게 묘사해 놓은 제인 오스틴의 업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다른 제인 오스틴 작품의 영화보다 훌륭한 부분이 매우 많은데, 우선 감독 이 안이 보여주는 파스텔 톤의 따뜻하고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화면과 각 장면의 밀고 당기는 긴장감, 극적인 요소의 구현, 그리고 결국 감상자를 감동으로 몰아넣는 연출력이 훌륭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에는 변변한 남자다운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데, 대부분 자기의 생각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지극히 소심하며 시대의 구속에 완전히 갖혀 있는 남성 캐릭터를 휴 그랜트와 작고한 앨런 릭맨이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맡은 작곡가 패트릭 도일의 스코어도 스크린에 멋지고 아름답게 녹아듭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에서는 각색상에 그쳤지만, 다른 영화상에서 작품상과 주연상을 휩쓴 걸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커밍 제인 - 줄리언 재롤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