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영화리뷰
이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가 1993년에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미국 출신의 작가 "이디스 워튼"에게 퓰리처 상을 안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뉴욕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가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미복과 드레스차림의 관객들이 앉아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유럽의 귀족문화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오페라 공연을 보러 온 것일까요? 손에는 오페라글래스가 쥐어져 있고, 여기저기를 훑어보면서 누가 와있나, 누가 어디에 앉아있나를 수시로 체크합니다. 즉, 이곳은 오페라 극장을 넘어 사교의 장이자, 수많은 소문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관객은 모두 상류사회를 구성하는 귀족들 입니다. 이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상류사회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시스템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세 명의 귀족(다니엘 데이 루이스, 미셸 파이퍼, 위노나 라이더)이 있고, 남자는 서로 사촌관계인 두 여자중 한 명(위노나 라이더)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마음은 오히려 사촌 언니(미셸 파이퍼)에게 가 있고, 평생을 밀당과 짝사랑의 상태로 흘려보낸다는 얘기 입니다. 분명히 남편이 사촌 언니에 푹빠져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사촌 여동생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남편과 연인으로 지내는 불륜의 삼각관계, 즉 쉽게 용납이 안되고 난리가 나도 크게 날 문제지만, 상류 사회라는 시스템을 흔들지 않기 위해서 그런 문제를 모두 기꺼이 덮어 버립니다. 그리고 넌지시 경고를 줍니다. 주먹 한 번 날아오지 않지만, 상류 사회 전체가 압력을 가하는 것과 다름 없는 압박이 가해지고, 시스템에 손상을 주면 안된다는 사실을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오랜 세월이 흘러 과거의 연인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질 때 그것을 거부하고 뒤돌아서면서 영화가 끝이 납니다. 드디어 시스템에 녹아들었다는 듯이.
이 영화는 세 명의 명배우의 연기 대결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매우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표현해 내는 훌륭한 심리극이고, 특히 위노나 라이더의 연기가 매우 절묘합니다. 표정만으로 수도 없는 반전이 만들어집니다. 보다보면 연기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멋진 음악이 끊임없이 흐릅니다. 다수의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가 사용되었고, Enya의 "Marble Hall"이 절묘하게 삽입됩니다. 음악 듣는 맛이 꽤 쏠쏠합니다. 심리극이다 보니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 외국인인 우리 입장에서 매우 낯선 이름들과 가문의 이름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처음에 이 영화의 원작을 읽으면서 이 이름들 때문에 헷갈려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따라서 소설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기를 권합니다. 이 영화는 1994년 아카데미 5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의상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한마디로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자신도 사진사로 잠깐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