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영화리뷰
"저수지의 개들"은 천재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이자 미국 독립영화의 걸작입니다. 여러번 보았는데도 여전히 볼 때 마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데뷔작에서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둔 감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이후의 작품도 훌륭하지만, 데뷔작인 이 작품은 여전히 그의 베스트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처음 인트로부터 대단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영화는 특히 타란티노가 얼마나 다양한 영화와 당대의 음악에 대하여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인트로에서 보여주는 마돈나의 "Like a virgin"에 대한 기발하기 그지없는 해석. "Dick, dick, dick, ~", "How many dickes are there?" "A lot !" 이런 대사를 가감없이 넣어 버립니다. 레스토랑에서의 떠들썩한 인트로가 끝나고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슬로우 모션으로 차로 걸어가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올라가고 70년대의 명곡이 뒤로 흐르면서 그들이 "Reservoir dogs"라며 타이틀이 올라갑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정리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Reservoir dogs"는 "경찰의 끄나풀"이라는 뜻입니다. 즉, 누가 경찰의 끄나풀일까요? 잘 판단해 보세요. 하고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 영화는 편집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각인시킵니다. 이 갱스터들의 보석상 털이 계획과 그 이후의 사건을 시간순으로 풀어냈으면 이 영화는 차분히 감상하고 끝나는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타란티노는 이 시간을 이리저리 흐트러뜨리고 절묘하게 재조합을 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건가?" 하고 직접 짜맞춰보게 유도합니다. 게다가 인트로에서 "스티브 부세미"가 미스터 핑크인것을 제외하면 다른 등장인물의 암호명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고 미스터 화이트 (하비 카이텔) 부터 한 명씩 한 명씩 정체를 드러내 줍니다. 관객과 감독이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인트로 이후에 사건이 터진후 두 번의 명장면이 연출되는데 하나는 미스터 블론드(마이클 매드슨)가 의자에 묶인 경찰을 고문하기 위하여 준비하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으로 꿈틀거리는 춤 만으로 캐릭터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것을 완벽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서로 불신의 끝에 도달하여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결국 모두 동시에 자멸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처음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겨누고 말겠지 하지만 실제로 3개의 총에서 총탄이 발사되면서 이 바보같은 갱스터들의 하는 짓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생각난 것은 대사량이 엄청나고, 각각의 배우가 충분히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각 장면에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요즘처럼 초단위로 연기를 해야하는 극단의 시대가 아니라 예전의 헐리우드 영화 스타일처럼 컷사이에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서 관객이 배우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것이 비디오 매니아인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천재의 데뷔작에 담겨있습니다. 몇 번을 돌려봐도 정말로 대단한 데뷔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