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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애호가 Nov 24. 2024

삼체 - 데이빗 베이오프 외

현대영화리뷰

"삼체 (3 Body Problem)"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8부작 SF 드라마 입니다. 이 드라마는 중국최고의 SF작가 "류츠신"의 3권으로 구성된  걸작, 삼체(The Three body)"의 첫 번째 권을 드라마화 한 것입니다. (말이 드라마지 스케일은 영화못지 않습니다.) 첫 번째 권의 정확한 타이틀은 "삼체"가 아니라 "삼체문제" 입니다. 나머지 두 권은 각각 "암흑의 숲", "사신의 영생" 입니다. 전체 부피를 기준으로하면 드라마화 된 것은 전체의 1/4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왜 제목이 "삼체"인가, 아니 왜 "삼체문제"인가 궁금해집니다. "삼체문제"는 그냥 작가가 생각해 낸 단어가 아니고 고전역학의 난제 "삼체문제"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삼체문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이작 뉴튼"의 대표저술인 "프린키피아"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세 개의 물체가 서로의 중력장에 영향을 미칠 때, 이 세 개의 물체는 어떤 궤도 운동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이고, 답은 "일반해는 구하기 어렵다" 입니다. 즉, 중력장이 작용하는 행성 세 개가 마주하고 있을때 각 행성이 어떤 궤도 운동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 입니다. 


일 개 SF 드라마에 이렇게 거창한 제목을 붙여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습니다만, 적어도 이 드라마 "삼체문제"는 그런 고전역학 이론을 다루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다만 나노기술과 양자역학이 제재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이 일반인은 아니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 물리학부 출신의 수재들 입니다. 이 수재들에는 영국인도 있지만, 중국인도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주축은 중국인 입니다. 줄거리는 적어도 물리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흥미를 가지고 보다가 "너무 나가네, 어떻게 감당하려고"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냥 일반인이 이 드라마를 본다면 "도대체 무슨 얘기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호불호가 왔다갔다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SF 계의 최고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아시아 최초의 작품입니다. 류츠신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에 발표한 "유랑지구" 역시 그의 작품 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지구가 목성과 충돌 위기에 있는데, 이걸 회피하기 위하여 지구를 궤도에서 이탈시킨다는 내용입니다. 굉장히 웅장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그 등장인물들이 100% 중국인이라는 것을 보고, "중국인이 지구를 지킨다고?"하면서 약간 비꼬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작가의 작품을 중국인이 영화화 할 때 등장인물이 중국인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비꼬기 보다는 오히려 중국에 이런 대단한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부러움이 듭니다.


드라마 "삼체"는 시작이 마오쩌뚱이 지배하는 중국이고, 문화대혁명이 한창인 시점의 "칭화대학교" 입니다. 이곳에서 나이든 물리학과 교수 한 명이 서방의 지식을 강요한다며 혁명군에게 사로잡혀 처형 직전에 있고, 그의 딸이면서 역시 칭화대 학생인 천재 "예원 제"가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결국 아버지는 처형되고, 딸은 끌려가서 막노동을 하다가 중국이 비밀리에 천문기술을 개발중인 천문대로 끌려갑니다. "예원 제"는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어느덧 외계인의 신호를 포착하게 되고, 외계인에게 지구로 오라는 "초청"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말이 "초청"의 메시지지 지구의 인간은 모두 썩었으니 와서 괴멸시키라는 복수의 메시지 입니다. 그리고 400년후에 외계인은 지구를 멸하려고 오고 있습니다. 이제 수 십년의 시간이 흘러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수재들과 정부의 비밀기관인 PDC가 인류의 멸망을 막기위해 지구로 오고있는 외계인에게 인간을 보낼 계획을 세웁니다.(진짜 의도는 그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빛의 속도의 1% (그렇지만 무려 3000 km/s 라는 말도 안되는 속도)를 구현하기 위하여 우주에 핵폭탄의 줄을 세우고 그 폭발력을 추진력으로 하여 우주선을 보낼 시도를 합니다. 여기서 "너무 나가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폭발력을 감당하기 위하여 나노섬유가 나오고, 나오섬유 전문가인 "오기 살라자르", 연쇄 핵폭발로 우주선을 보낼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천재 물리학자 "진 쳉", 우주선에 들어갈 뇌를 제공하는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 "윌 다우닝", 인류를 대표하는 3인에 속하게 되는 입자물리학자 "사울 듀런트", 그리고 이 거대한 계획을 실제로 밀어붙이는 "토머스 웨이드" 등이 주축이 되어 극을 이끌어 나갑니다. 이 거창한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면서 시즌1 "삼체문제"가 끝이 납니다.


이와 같이 이 드라마는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될 거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출이 그 이야기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합니다. 줄거리의 완급 조절에서 힘들어하며,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하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극의 동력을 상실하면서 힘겹게 피날레에 도착합니다. 이것은 다수의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그렇게 큰 설득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평이합니다. 그러나 특수효과 만큼은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흔적이 역력하며 특히 나노섬유가 배 한 척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에피소드 5는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갑자기 극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이 이후를 준비하려고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고, 결국 책을 읽어야 그 궁금증이 해결될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와 책이 완전히 100%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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