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3박 5일을 무스카트에서 끝까지 알차게 즐기보자.
오늘의 일정은 도심 시내 구경.
새벽 4:30 비행기라 하루가 무척 길 것 같아, 숙소에서 느지막이 체크아웃을 했다.
그게 오늘 일정 중 아쉬웠던 포인트.
3개월 전 여행 일정을 짜며 자료 조사를 할 때에는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나 무스카트 왕궁(Qasr Al Alam Palace)이 토요일엔 열지 않는다고 해서 간단히 외부 관람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11시 반쯤 가게 된 모스크나 왕궁에서 서양 외국인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가드한테 물어보니 11시까지만 내부 관람이 가능했다고 한다.
아~~~ 아쉽다.
여행 앞두고 한 번 더 팩트 체크를 하거나 오늘 일정을 앞두고 검색 한 번만 더 해볼걸...
아쉬운 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되려 얼굴이 밝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내부 관람을 위해 더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다시 에어컨이 미친 듯 작동하는 자동차 안으로 피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스크와 왕궁 따윈 잊은 지 오래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걸어 다니는 것도 힘이 든다.
아이들은 그늘을 찾아 숨어들기 바쁘다.
알 알람 궁전은 술탄의 6개 거주지 중 하나로 손님을 맞이할 때 이용하는 궁이다.
파란, 노란 색상의 왕궁이 파란 하늘과 맞물려 동화책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여러 포트 중에 위로 올라가 무스카트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알 미라니 포트(Al Mirani Fort)로 향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포트인데 최근에 개방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만인들한테 의미 있는 포트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지만, 외국인인 우리에겐 그저 개방을 하는 전망대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행에서 제일은 시장 구경이지!!!
무트라 수크(Mutrah Souq) 전통 시장으로~
블로그를 탐독하며 조사한 내용들은 다 산으로 간 건지..
시장이 9시에서 9시까지 열지만 1시에서 4시까지는 문을 닫는다고 했는데 오후에 방문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열려있었다.
다소 한산하긴 했다.
낯선 곳에서 식당을 결정하고 흡족한 식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여행 일정을 짜고, 갈 곳을 정하는 건 다양한 정보가 있고 내가 원하는 바가 확실하기 때문에 되려 쉽다.
하지만 여행에서의 식당 결정은 언제나 나에겐 난제다.
구글로 식당을 검색하곤 평점으로 나열하여 현지 식당을 찾아봤다.
평점도 높고, 가격도 합리적인 현지 식당으로 결정하여 오만 퀴진을 도전해 보자.
그래서 찾은 곳이 RAMSSA!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정말 현지식당처럼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외국인 비중도 꽤 많고 음식 맛도 괜찮은 현지식당이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시내구경이 쉽지 않다.
역시나 더울 때에는 에어컨이 보장되는 몰이 최고다.
인도 델리에서는 가기 힘든 이케아 구경~
이렇게 아기자기 이쁘게 꾸미며 살고 싶다며 각자 달콤한 꿈을 꾸고,
진짜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어느새 해는 졌고, 무스카트 야경을 즐기기로 했다.
산 중턱에 잠시 주차를 하고 무스카트 시내의 불빛들을 바라본다.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면
삶에서 한 발 물러나 세상을 관조하는 느낌이 든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이 사실은 저렇게 작은 세상 속에서 작은 발버둥일 뿐이라는 것.
그러니 좀 더 눈앞에 닥친 상황에만 연연하여 일희일비하지 말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내 안의 감정들을 좀 더 객관화하여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래. 내가 참 작은 존재지.
진정 내게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애써보자.
매 순간 일상을 즐기자.
무스카트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도...
아름다운 야경 포인트들을 둘러보니 어느덧 밤이 늦었다.
The mall of Oman이라는 꽤 거창한 이름의 쇼핑몰을 들려 오만 시내와 이별을 하곤
지친 발걸음을 돌려 공항으로 향했다.
3박 5일을 꽉 꽉 채운 우리의 오만 여행은
새벽 4시 반 비행기를 기다리다 공항 한편에서 졸며 비몽사몽 마무리가 되었다.
지친 막둥이를 안고, 업고 출국 수속을 하느라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새벽 비행이 쉽지 않은데
어린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그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공항에서 내내 내 품에서 잠들었던 막둥이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거짓말처럼 일어나선 3시간 동안 영화 보고, 게임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비행기에서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자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웃던 아이는
인도에 도착해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난 비행기에서 하나도 안 잤다~~~"
막내야, 넌 엄마 품에서 내내 꿀잠 잤어.
이젠 널 업는 게 버거울 정도로 꽤 컸더라.
더 이상 아가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넌 언제 그렇게 자랐던 거니.
8살에 했던 오만 가족 여행을
넌 자라면서 기억 못 할 수도 있을 거야.
오만에서 본
바다 거북이와
사막 썰매,
와디샤브의 풍경과
무스카트의 야경을
넌 잊겠지.
다 기억하기엔
넌 너무 어리니까.
하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시간들
함께 즐거웠고
함께 힘들었고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이 너의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기를...
그래서 훗날
네가 인생이 힘들고, 팍팍하다고 느낄 때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날의 추억과 따스함이
너를 지켜주는 단단한 뿌리와 줄기가 되어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오만은 안녕~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