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선 내가 잔다. 누나가 바닥에서 자.”
“원래 그러려고 했어.”
“이제 나 혼자만의 자유는 끝이구나. 하 기숙사 겨우 탈출했는데”
“나는 좋은 줄 아니? 몇 개월만 그러는 거니까 참어.”
그렇게 홍남매의 동거가 시작됐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나는 휴학을 했다. 전주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갑자기 다시 서울로 가게 되었다. 신림동에 있는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제기동에 있는 동생 준서의 자취방 402호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402호는 침대하나 그리고 바닥에 1인용 매트리스를 깔면 더 이상 빈 공간은 없었다. 나는 매일 매트리스를 깔고 접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취준생인 나는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추었지만 준서의 하루는 오후 12시가 지나야 시작됐다. 나는 알람 소리를 잘 못 들었지만 준서는 잠귀가 밝았다. 나는 옷을 잘 개어 정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준서는 침대 옆 좁은 구석에 옷 무덤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모처럼 나도 준서도 일찍 잠에 든 밤이었다.
“누나! 누나! 불이야!”
“….”
“누나 일어나 봐”
“…. 왜? 왜 깨워. 자고 있잖아”
“불 난 거 같아. 어떡해? 너무 뜨겁지 않아?”
정신을 차려 바닥을 만져보니 엄청 뜨거웠다. 서둘러 안경을 쓰고 방 안을 둘러봤다. 내 옆 미니 선풍기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니 옆에 보일러!!!! 지금 40도야!!! “
”엥? 그럴 리가 없는데? 나 이거 만진 적 없어. “
”무슨 소리야 지금 보일러 온도가 가장 높은 걸로 돌아가 있잖아. 너 바로 옆에 있는데 너 아님 누가 하는데? “
“나 안 만졌는데…? 불 난 거 아니야?”
“아니라고. 지금 보일러 보라고. 딱 보니까 네가 자다가 버튼 돌렸네.”
“아… 하하하… 그런가...? 미안 누나 허허”
핸드폰 화면을 두드려보니 시간은 새벽 4시를 향하고 있었다. 다시 눈을 꽉 감았다.
”누나… 자…? 미안해… 근데 있잖아 나 진짜 만진 적 없는데 저게 왜 돌아가 있지? 흐흐 난 진짜 불 난 줄 알았어. 흐흐흐 장난친 거는 아니야. “
“하하… 홍준서가 홍준서했다 하하”
그렇게 402호에서 우리 남매의 추억 하나가 생겨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동생과 나였지만 그날 일을 비롯한 402호의 추억들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