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드 입은 코끼리 11시간전

2106년의 봄날

수필같은 소설: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속에

사실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편지 한 편으로 시작하려는 지금 이 마음. 엄마5에게 주는 편지를 써서 부치고 싶지만 부치다가는 사막 속으로 염되어서 죽을 것이니.....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부치려고 한다.  나는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디엔젤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곳의 탄생 비화와 함께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펜을 들었다.


사실 나는 디엔젤이 탄생한 후 몇십 년 뒤에 태어났다. 디엔젤은 돌팔이 의사들의 집단인 명상구루교회에서 세운 회사가 수십억 원을 모아 사막으로 이주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들은 사막에 파이프관을 설치하고 세 개의 건물을 세운 후, 디엔젤 1, 2, 3이라 명명하고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사실 신도들 위주로 사람들을 모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디엔젤의 의사들은 매일 아침 윤회사상을 강조하며,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4시간 공복 상태로 명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명상의 힘에 점점 빠져들었고, 데미안 허세의 책 싯다르타를 읽으며 명상에 더욱 열광했다. 그들은 성욕 또한 금기시해 인공적인 기술로 아이를 낳았고, 부모도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배정되었다. 나는 이렇게 해서 수정체 58번으로 태어나 엄마5번에게 맡겨져 자라났다.


엄마5번은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학대가 사랑의 체벌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졌지만, 나는 그녀를 무척 사랑했다. 엄마5번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은 없었고, 비록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사랑을 갈구했기에 단 한 번도 반항하지 않았다. 보통 엄마5번은 나에게 우유를 먹일 때 꼭 5분간 안아주곤 했는데, 그 따스한 가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인류의 첫 접촉자였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엄마5번의 살결은 부드러웠고, 아이들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여인이었음을 한 번에 알아차렸다. 나 외에도 엄마5번을 사모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모두 15살 이후 인공수정을 위해 추출당했고, 그 뒤로 사라져 지금은 소수의 사람만이 남아 있다.


성인이 된 후 엄마5번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디엔젤의 명상 시간 때문에 엄마에게 편지를 쓰기 어려웠다. 디엔젤은 수행과 고행을 하지 않으면 사막 밖으로 쫓겨나 물도 얻지 못할 것이며, 그 고통을 통해 윤회를 거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라며 협박했다. 주황색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내 몸을 수색하며, 내가 왜 유독 수행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아내기 위해 검사와 분석을 반복했다. 결국 그들은 유전적 결함 때문이라 결론 내렸고, 나의 친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막에 버려졌다.


그때 나는 친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은 나와 닮은 점이 많았다. 나의 피부색은 아버지에게서, 눈동자 모양은 어머니에게서 왔으며, 이마의 볼록함은 아버지, 귀의 위치까지는 어머니와 같았다. 그들의 얼굴이 나의 일부와 닮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나이가 30이라기엔 노인과 다름없었다. 나와는 겨우 15살 차이였지만, 그들은 내게 착취된 난자와 정자를 통해 내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나의 선고가 내려지고 약 한 달 후에서야 그들을 찾았다.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분노에 차 디엔젤의 문을 열어달라 요청했다. 자신들이 만든 아들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으면서도, 왜 이런 지옥 같은 사막에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험한 말을 퍼부었다. "이 쌍년아, 너 때문에 우리가 지옥에 떨어진 거다. 곧 너도 여기서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저주를 남겼다. 그들은 5일 후 죽음을 맞이했고, 시체는 디엔젤로 돌아와 화장되었으며 결국 사막의 한 줌으로 변했다.


나는 이 사실을 엄마5번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유일한 친부모가 있었고, 그들이 디엔젤에서 살았으며 나 때문에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편지로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교도관들은 음식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전달해주지 않았다. 나는 오직 수행의 길만 걸어야 했기에 10년간 감옥에 갇혀 옴명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감옥은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한 평도 되지 않은 4칸의 작은 공간이었다. 간신히 웅크려 누울 수 있는 자리였고, 몇 시간마다 음식을 내어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 음식은 대체로 야채 위주였고, 간혹 푹 삶은 돼지고기 한 덩이를 주곤 했다. 나는 그 하얀 벽돌들 사이에서 명상의 온갖 것을 시도하며 지냈다. 몇 년이 지나면서 내 온몸은 털로 덮여 북슬거리고, 배는 홀쭉해져 예수와 비슷한 모습이 되었지만 신성함은 전혀 깃들지 않았다

.

10년 만에 감옥에서 나오며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엄마5번도 복역 중이라 정신 수양을 하고 있으며, 그녀 역시 문제가 있어 수양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나는 복역장을 찾아가고자 디엔젤 3번으로 내려갔지만, 어머니의 향기는 없었고 참나무 향이 가득한 인센스만 퍼져 있었다. 복역장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옴소리를 통해 5번엄마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옴소리는 모두 같았고, 작은 삑사리라도 나길 바랐으나 그마저도 두려워 나는 다시 디엔젤 2번으로 돌아와 삶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연필을 들고 5번 어머니와 친어머니에게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머니, 저예요"로 시작하면서 말이다.


"어머니, 저에게 수행은 고역이었고 노동과 다를 바 없었어요. 사람은 원래 노동하기 위해 태어나는 걸까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고행 속에서 느낀 것은 사계절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이었고, 그마저도 흔들리는 나침반과 같았어요. 무엇보다 꽃이 보고 싶어요. 책에서 읽었던 꽃은 하나같이 봄에 피는데 영국의 꽃, 수선화가 특히나 아름답다고 하네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수선화가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수선화의 향과 4갈래로 갈라지는 꽃잎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명상을 해왔답니다. 저는 명상을 하며 타락의 길로 가지 않았어요. 단지 그 꽃을 한 번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희망을 주세요. 사막이 오아시스임을 알고 있지만, 저는 그곳에서 꽃을 보고 싶어요. 봄날의 수선화를요. 여기에 봄은 언제 오나요? 이번 달인가요, 아니면 3개월 뒤인가요? 매일 입어야 하는 흑백 티셔츠를 벗고 가끔은 붉은 스웨터라도 입고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이렇게 쓰고 나는 편지를 불에 태워 사막 한가운데에 날렸다. 그 글자들을 본다면 나는 처형에 가까운 선고를 받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생활이 좋다가도 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