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쓰는 독서과정 감상문 ① 변하고 실천해야 진짜 지식
“이제 두 번 다시 ○○○하지 마! 알겠어?” 이것은 질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부탁도 아닌 것 같다.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로 들린다. 하여튼 상대방이 이렇게 물었을 때 알겠다고 대답하는 것은 “인식”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때 “알다”라고 하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앎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 경우 알겠다는 대답은 앎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인생 아니 나 자신이 달라지겠다는 변화의 다짐이자 실천이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진짜 알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아서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할 경우, 피할 수 없는 우주전쟁의 발발!
이렇듯 어떤 앎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와 실천이다. 글쓰기가 좋다는 것을 알아도 실천하기가 어렵듯이 좋은 음식 가려 먹기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식품이 좋고 가공식품이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알고만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간과 비용, 편리성 등을 핑계로 쉽게 손이 가기 마련이다. 앎에서 그치지 않고 달라질 마음을 먹게 하고, 다짐을 실천으로 이끌 가능성이 충분한 책, 먹을거리에 관한 집요하고도 방대한 보고서, <초가공식품>을 소개한다.
크리스 반 툴레켄이 쓴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처음에 책 제목을 딱 듣고, 먹고 마시는 것이 인생 최대의 낙인 나에게는 거의 전공 필수 개론서 느낌이네, 얼른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목만 듣고 추리했던 상상 속의 도서는 300쪽 이내의 두께에 사진이나 도표 등이 가득한 구성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정작 실물을 영접하고 비주얼이 진짜 전공 도서 수준이라서 깜짝 놀랐다. 500쪽이 넘어가는 두툼함, 묵직한 무게, 쓱 넘겨봤을 때, 뒷부분에 최근 몇 년 새에 읽었던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역대급의 참고 문헌이 눈에 들어왔다. 책 내용을 훑어봤을 때, 주석은 많이 달려 있는 편이었지만, 사진이나 그래프 도표 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어차피 초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로 이 많은 페이지들을 빼곡히 채워 나갔는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얘기라서 그런지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수월하게 읽혔다.
도서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초가공식품의 유해성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공중보건의인 저자가 자신의 식견을 바탕으로 많은 전문가들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검증된 내용 및 실험 결과 보고와 그에 대한 분석은 물론, 식품복지에 관한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포함하고 있다. 실로 방대한 식품 공학 프로젝트의 결과보고서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험대상자의 답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식품 관련 실험들의 한계나 동물 실험의 결과를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할 때 발생하는 오류 등에 대해 정말 학자답게 집요하게 파고들어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가공식품을 제조하는 거대 식품 회사들의 전략이라든가 저소득층일수록 더 초가공식품과 밀접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초가공식품>을 읽은 후 읽기 이전보다 초가공식품의 실상과 폐해에 대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먹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인식하는 것은 실로 중요한 작업이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에 관한 이전의 지식들이 조금 피상적인 것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지식으로 전환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지식도 단지 아는 것에 그치고 나의 삶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런 지식은 결국 다이어트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단지 아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변화를 다짐하고 맘먹은 대로 실천을 해야 그게 진짜 아는 것이다.
방대한 페이지에 걸쳐서 온 힘을 다해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은 듯하다. “앞으로 초가공식품 먹지 마! 알겠어?”,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정말 끊게 될지, 또다시 먹게 될지는 책을 직접 읽은 후,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