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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순이 Oct 24. 2024

모든 것에 환상을 품고 살았다

그곳에는 현실만 있었다

대학만 가면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말을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던 나는, 대학교에 가면 놀기만 하는 줄 알았다.

필통도 안 들고 다니고, 수업도 안 듣고 잔디밭에서 모여 막걸리나 마시는 줄 알았다.

그것이 내가 대학교에 대해 가졌던 '환상'이었다.


실제 20살이 되어보니 내가 가졌던 환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수동적인 공부를 하진 않는 대신,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토론이나 영어로 말하기를 시켰다. 너무너무 싫었다.

특히 영어수업은 너무 가기 싫어서,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앞으로 몇 번을 더 가야 하는지 수를 세고는 했다.


졸업하고 첫회사인 NGO단체에 취업했을 때는 좋은 일을 한다는 사명감에 부풀어있었다.

하루에 8시간, 인생의 1/3을 일을 하기에 그것이 나의 삶을 통째로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개월 정도 일하니, 사명감은커녕 '앞으로의 내 인생은 이렇게 재미없게 흘러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모든 것에 환상만 품고 살다가 지독한 현실만을 맛보다 보니, 영화도 터무니없는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영화가  좋아졌다.

적어도 헛된 희망을 품게 하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현실에 뒤통수 맞았던 기억은 잊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일들을 기대하며 살고 싶다.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본 마냥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무언가 기대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무슨 일이든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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