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족장님 Oct 21. 2024

기억 속 가장 첫번째 추억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럼에도 내 인생 강렬했던 첫번째

너무 예전으로 돌아가면 어렵게 끄집어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아서 

첫번째 강렬했던 기억을 상기시켜볼까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한 것 같다

빌드업이 조금은 파란만장했으니 그때로 돌아가보면 

학생때의 나는 공부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집에서 밥을 주고 있으니 해야만 하는 노동에 가까운 지루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 의무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성적이 나쁘지는 않은 정도 

한 학급에 50~60명의 교실에서 10등 안에는 항상 드는 정도로 유지하면서 

수험과 상관없는 문학 책들과 영화에 빠져서 지내곤 했는데 


고등학교 첫 학기에 완전히 공부를 놓아버리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공부를 시늉만 하며 지내던 탓이었다고 여겨진다.

나란 사람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어서 좋아하지 않는 심지어 

집에서 거리가 더 먼 고등학교이기도 했고 여러 트러블이 학기 초반에 있어서 

부적응자의 삶을 살면서 성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그 방황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던 건 , 

그 당첨되기 힘들다는 분당아파트에 부모님이 당첨이 되어 

고등학교 1학년 가을학기에 이사를 가게 되었고 중간고사를 마치고 

바로 분당으로 전학을 와서 짧은 방황을 끝내게 되었다. 

하지만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 했던가 

한없이 가벼워진 엉덩이는 해물탕에 들어가는 산낙지처럼 꿈틀꿈틀거리며 

항상 시간을 견디지 못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까지 신나는 학창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들은 다들 가지고 있는 꿈과 목표가 딱히 없었던 사람이어서 

부표처럼 떠돌아다닌 것 같았는데 

불현듯 정말 대학교를 가고 싶다면 

전공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교보문고에서 한 1주일 가량 

대학 전공서적 제목이나 목차 정도만 훑어보다가 꽂힌 학과가 호텔, 관광경영학과였다. 

전공을 정했고 1년간 그래도 성실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면서 

모의고사 성적을 조금씩 올려갔지만 시간은 부족했고 

내 안에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어느 날 아침에 다다르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 시험날은 매섭게 추웠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 아버지 차를 얻어타고 시험장을 향했다. 

내게 시간이 조금만 더 충분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끊임없이 밀려들어왔고, 

차안 라디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절묘하게 94년 여름전에 발매된 노래는 94년도 수능곡으로 금상첨화였고 

후회가 내 불안한 영혼을 먹어 들어갈 때 빛으로 끄집어내 주었다. 

덕분에 수능 점수는 예상을 훨씬 상회하였고 

나름 가고 싶었던 전공으로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불안할 때 가끔 이 노래를 듣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