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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울 Oct 24. 2024

조금 더 걸어가도 될까

출근로그를 넘어선 기록에 대한 도전

우울증 약을 먹고 한 2주쯤 됐을까.


연구실에서 함께하던 후배가 한순간에 관둬버렸다.

나도 참고, 참고 또 참고 있던 차,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을 챙기러 떠나가고 있었다.

정말 오래도록 노력했지만, 우리 팀은 폭파되었다.


모두가 힘들다고,

그러므로 각자의 힘듦은 각자 감당하며

함께 앞으로 가자들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적당히 에둘러 돌려보내기에 딱 좋은 말들이었다.


힘들다고 떼를 쓰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감당하지도 못했던 어렸던 나는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2020.06.17.

안녕하세요. 정서울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생명공학 대학원생으로
이곳은 파란만장한 저의 대학원 생활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어린 날들의 시간을
이곳에 담아보고자 합니다.
이 공간에서 공유되는 이야기와 생각들로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내고 공감하며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타인과의 공감을 기반으로 함께 나아가자 말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적당히 에둘러 합리화하기에 딱 좋은 말 아닌가.


한심하다.


너무나도 완벽히 나부터 살자고 만든 계정에 글을 쓴 지가 어언 4년 차다.

473일의 기록이 담겨있으며

약 600여 명이 함께해 주는 나의 발버둥의 장소는

나를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검은 땅이 되었다.

상상도 못 한 일이다.


그 검은 땅에 두 발을 딛고 서보니

조금 더 걸어가 보고 싶었다.

조금 더 많은 생각과 고민과 의견을 남기고 싶었다.


당장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남긴 발자국은 검게 남아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하는 이곳에서의 여정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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