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로그를 넘어선 기록에 대한 도전
우울증 약을 먹고 한 2주쯤 됐을까.
연구실에서 함께하던 후배가 한순간에 관둬버렸다.
나도 참고, 참고 또 참고 있던 차,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을 챙기러 떠나가고 있었다.
정말 오래도록 노력했지만, 우리 팀은 폭파되었다.
모두가 힘들다고,
그러므로 각자의 힘듦은 각자 감당하며
함께 앞으로 가자들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적당히 에둘러 돌려보내기에 딱 좋은 말들이었다.
힘들다고 떼를 쓰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감당하지도 못했던 어렸던 나는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2020.06.17.
안녕하세요. 정서울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생명공학 대학원생으로
이곳은 파란만장한 저의 대학원 생활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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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어린 날들의 시간을
이곳에 담아보고자 합니다.
이 공간에서 공유되는 이야기와 생각들로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내고 공감하며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타인과의 공감을 기반으로 함께 나아가자 말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적당히 에둘러 합리화하기에 딱 좋은 말 아닌가.
한심하다.
너무나도 완벽히 나부터 살자고 만든 계정에 글을 쓴 지가 어언 4년 차다.
473일의 기록이 담겨있으며
약 600여 명이 함께해 주는 나의 발버둥의 장소는
나를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검은 땅이 되었다.
상상도 못 한 일이다.
그 검은 땅에 두 발을 딛고 서보니
조금 더 걸어가 보고 싶었다.
조금 더 많은 생각과 고민과 의견을 남기고 싶었다.
당장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남긴 발자국은 검게 남아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하는 이곳에서의 여정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