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고 박원순 시장님이 2013년 따뜻한 봄 날 아침 서울시 직원 정례조례 시간에, 전 직원
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나오셔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셨다. 즉흥적으로 무척이나 흥겹게....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직원정례조례에서 직원들과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시는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자는 의미로 조례 전 몸풀기로 춤추는 서울시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직원 30명이 함께 했다. 2013.3.29
당시 사진과 기사다.
하필 시장님과 내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이 찍혔네!!!
저 때만 해도 박원순 시장님 참 젊으셨다. 직원들한테 인기도 짱이었다. 옆모습이지만 나도 저 때는 꽤 쓸만했다. 시장님 뒤로 당시 우리과 직원들도 보인다. 가운데 여직원은 지금 팀장님으로 승진하여 뺑이치고 있다. 그리운 시절이다.
아쉬우니까 두 장 더
《시장님 얼굴이 참 해맑으시다》
《참고로 바로 위 사진의 여성이 우리에게 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시다. 그런데 저 뒤의 뚱뚱이, 저 허리로 돌린다고?》
자 그럼 어떻게 이런 모습이 연출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해 보자
당시 내가 인력개발과장으로 발령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갑자기 구체적 내용도 없이 ‘직원들이 춤을 추게 하자’는 시장님 지시가 떨어졌다. 밑도 끝도 없이... 정말 딱 한 줄... 「직원들이 춤을 추게 하자」
우리 인력개발과는 한마디로 벙 쪘다.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말씀이신지? 시장님께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우리는 시장님 생각을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직원들이 춤추게 하자, 춤을 매개로 신명난 직장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뜻이리라.
당시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님께서 오신 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일단 전 오세훈 시장님의 창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시장님 또한 직원들에게 존대말을 쓰시는 등 직원들을 아껴주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시장님 주변을 수소문한 끝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 댄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계시는 김윤진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곧 있을 서울시 1회 정례조례 시간에 직원들이 다 모였을 때 댄스 파티를 열기로 했다.
먼저 나와 우리과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감독님께 댄스를 배웠다. 그리고 당일 행정국장님께도 사전에 보고 안 드리고, 물론 시장님께도 깜짝 이벤트로 무대에서 댄스파티를 준비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혹시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당시 근무했던 인력개발과 직원분들에게 단체 톡방으로 이 사실에 대해 물었다. 한 직원이 그날의 영상을 올려줬다. 지금 봐도 신선하고 재밌다.
시장님께서 8층 다목적홀로 입장하시기 전에, 감독님이 사전 댄스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구시고, 드디어 시장님 입장.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입장하시는 시장님을 감독님이 이끌어서 무대에 세우고, 「이심 전심 댄스」라는 제목으로 잠시 댄스를 가르치신 후, 미리 연습한 직원들이 무대에 올라와 그야말로 서양식 단체 댄스를 추었다.
시장님은 잠시 어리둥절하셨지만, 이내 적응을 하시고 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약 15분 동안 춤을 흥겹게 추셨다. 미리 피나게 연습한 우리 직원들은 마치 전문 춤꾼처럼 잘 추었다.
춤이 끝난 후에 감독님께서 오늘 춤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다. “흥과 신명 나는 서울시장님이 있고, 거기에 서울시 직원이 신명나서 일하면, 서울시민이 행복합니다”라고.... “오늘이 춤추는 서울시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서울시 역사상 정례조례에서 춤을 춘 것도 처음이고, 더구나 시장님께서 직접 춤을 춘 것도 처음이다. 이 장면은 많은 언론에서 사진 기사와 함께 대서특필 되었다. 위 기사의 내용처럼 신명 나는 일터를 만드는 일환이라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례가 끝나고 시장님은 나를 불러 세우셨다. 나한테 약속하라고. ‘우리 고생하는 직원들을 매년 해외에 300명씩 연수를 보내서 선진문물도 배우고 신바람나게 일 하라고’
나는 당연히 “예”라고 대답했다. 허나 재원이 문제였다. 아무리 교육예산을 긁어모아도 갑자기 30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해외로 보낼 수는 없었다.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꾀를 냈다. ’꼭 해외로 가야 맛이냐?, 국내여행도 충분히 의미 있다‘ 그래서 국내 배낭여행 제도를 만들었다. “100명은 해외연수, 나머지 200명은 국내 배낭여행으로 하겠습니다.” 시장님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국내 배낭여행은 별도의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 없다. 기존에 편성되어 있는 국내 여비(출장비)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4인 1조로 5일간의 국내 배낭여행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직원들에겐 5일간의 공가를 주어서 전국 각 지역을 돌아보며 자기 업무와 관련 있는 시설 등을 돌아보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5일씩이나 직장을 떠나 자유와 휴식을 누린다는 것, 거기에 자기가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한다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부부 공무원이 같이 신청하는 것은 금했다. 이것까지 부부가 같이 가서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니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녀온 직원들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 모두가 대만족이란다. 4명씩 50팀을 선발하는데 그해 이후로 박터지게 경쟁한다. 그래서 팀별로 이유를 신청받아 심사해서 선발하기까지 했다. 갔다 온 모든 직원들이 ”서울시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추억거리를 주었다“라고 평가한다. 지금도 이 제도는 확대해서 시행 중이다.
나는 만들기만 하고 그 뒤로 바빠서 못 갔다. 아직 3년이 남았으니 남은 기간 중에 꼭 가봐야 할 것이다. 누가
나를 데려가야 할 텐데....
여행은 휴식이다. 새로운 경험이다.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직장에서 공적으로 기회를 주는 이런 여행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직장은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에서의 생활이 즐거워야 우리 삶이 즐겁고, 우리가 즐거워야 대 시민 서비스 정책도 신명나게 활기차게 창의적으로 하게 된다. 그래서 직장 분위기는 결코 무겁거나 침울하거나 억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밝고 경쾌해야 한다.
그래서 고 박원순 시장님께서 춤도 추고 여행도 권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전에 없던 전 직원 체육대회도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남자는 족구로, 여성은 단체 줄넘기로.... 너무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도 있다. 그 일을 하는 우리 인력개발과 직원분들 모두도 일 때문에 힘든 게 아니고, 오히려 즐겁고 행복했었다고 추억한다. 지금도 만나면 그 얘기를 꼭 한다.
그때 나는 6개월의 인력개발과장 중에 갑자기 일이 생겨 시립대 교무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같이 일을 했던 당시의 모든 직원분들이 진심으로(?) 아쉬움에 나에게 준 패가 하나 있다. 그 패는 그 뒤로 늘 나의 사무실 책상 위 모니터 전면에 놓여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된다.
그 패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행복이 힘입니다.
행복으로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준
당신을 사랑합니다.
행복한 순간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진정한 영웅을 알아보는 인력개발과 직원 드림-
직원들을 일하는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 신명 나는 공무원으로, 나아가 신명 나는 직장으로 만드는 건, 단체장의 신념이자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