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수렁에 빠진 날.
전날 밤에 분명히 야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늦게 잠자리에 든 것도 아니었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코를 고는 습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왜 몸이 이렇게 무겁고 침대에서 뒤척이는 것조차 귀찮아지는 걸까?
아직 눈을 뜬 건 아니다. 단지 잠이 깬 거다.
더 이상 자고 싶진 않다. 그런데 눈을 뜨기 싫다.
우리 집이 동향이라 해가 일찍부터 내 얼굴 위에서 아른거린다.
아침 햇살이 느껴진다.
아이..씨…쫌…!!
생각이 많아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웠던 적이 있는가?
잠이 깬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오늘 일어나면 뭐부터 해야 하지?
아침을 챙겨 먹을까 말까?
토요일인데 하루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아무개를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이 일을 꼭 해야 하나?
해야 할 일을 다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몸은 바위처럼 더 무거워졌다.
바닷물에 던져져 흠뻑 젖어버린 바다 그물처럼.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소인국에 사로잡힌 걸리버 꼴이 되어 버렸다.
개미 하나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소인들이 모여 걸리버의 머리카락을 수십 개의 갈래로 당기고 나누어 말뚝을 박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란!
생각의 밧줄이 나를 묶어버렸다.
별 거 아닌 작은 걱정과 염려와 게으른 생각들이 내 몸을 지배하다니.
아침부터 불쑥 찾아온 너희들은 필요할 때면 언제나 반갑게 나타나는 해결사가 아니다.
동아줄이라 아니라 말라서 뒤엉켜 버린 시래기 다발 같다.
이 시래기 다발로 오늘 안에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들에 잡혀먹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