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겉옷을 벗으며 남편한테 질문을 쏟아낸다. 근무 중에 이미 수도 없이 묻고 들은 내용이었지만 식사, 배변, 체온, 약 복용, 몸 상태 등에 대해 다시 확인한다. 남편의 대답을 들으며 저녁 재료를 손질하는 사이사이 잠깐씩 눈으로 남편의 얼굴과 눈동자 색을 확인하고, 머릿속은 온통 항암 부작용 억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저녁은 소화가 잘되는 재료로 간단하면서도 영양소 균형 맞춘 식단이다. 면역력이 낮아진 터라 식자재 교차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손과 식기류를 수도 없이 닦아가며 준비한다.
남편의 식사량에 따라 내 마음도 오르락내리락. 식사를 마치면 몸의 체온을 높이기 위한 찜질을 해주고 그제야 출근복을 갈아입는다. 설거지 마치고 내일 먹을 남편 식사 준비까지 마무리하면 이미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내 손은 물에 퉁퉁 불어 쪼글쪼글해지고 나만 들리는 한숨이 새어 나오지만, ‘살아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하며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