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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Oct 16. 2024

전자레인지를 돌리다가 든 생각

집중: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음

점심시간 즈음,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먹을만한 게 있나 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남은 볶음밥이 눈에 띄었다. 앗싸! 간단하게 제격이다. 얼른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지기를 기다린다. 유심히 바라보니 윙윙 돌아가는 모습이 참 열심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3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이 음식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눈도 팔지 않는다. 띵! 하는 소리가 나고 음식을 꺼내어 보니

손이 데일 정도로 아주 따끈하다.


가히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이다.

초보주부이기도 한 나는 전자레인지를 발명한 사람에게 너무 고마울 지경이다. 이 기특한 전자제품 안에 들어가면 아무리 차갑고, 꽝꽝 얼어있던 것이라 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따뜻해진다. 그 모습이 마치 냉기를 맞은 음식을 데워내겠노라는 전자레인지의 온전한 ‘집중’처럼 느껴졌다.

정신없이 바쁜 날엔 내 눈은 퇴근한 남편의 얼굴 대신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다.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도 울리는 메시지 알람에 금방 신경을 빼앗긴다. 한 침대에 있어도 나의 스마트폰 세상 속에 빠져 등을 지게 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더 따뜻할 수도 있는 순간들이 흘러간다. 나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


오늘만큼은 남편의 전자레인지가 되리라. 

얼굴에 스치는 고단함을 나의 뜨거운 포옹으로 녹여주어야지. 메시지 알람 소리 대신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지. 당신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내가 지을 수 있는 모든 표정을 사용해 장단을 맞춰주어야지. 단 몇 분의 시간이라도 오로지 당신에게만 '집중'해야지. 그러면 오늘도 사회의 온갖 냉정한 순간들을 온몸으로 견디어가며 딱딱해진 당신의 미소가 하루의 끝자락에서 이불속을 파고들 때 그 안의 온기만큼이나 따뜻해지겠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전자레인지 속의 음식을 바라보며 곧 돌아올 남편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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