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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모금

외로움에게

안녕?

by 쉴만한 물가

우리 가족은 10 식구

무리 지어 다니는 돌고래처럼 한 지붕아래 우린 늘 다복한 모습으로 함께였지만

외로움은 어떻게 알고 슬그머니 나를 찾아왔다.



다섯 살, 엄마의 교통사고를 목격하던 그날 8차선 횡단보도 앞에도

6남매 거실에 요깔아 나란히 누워자던 그날 밤에도

같이 놀자는 말이 용솟음쳤지만 뱉을 수 없어 삼켜버린 그날 교회에서도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고 믿었던 결혼식 날에도

점잖을 빼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미친년이 된다는 첫아이 진통하던 순간에도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수줍게 "안녕하세요, 사랑이 엄마예요."라고 소개했던 반모임날, 카페에도



그렇게 외로움이 알은체 할 때면 '너 또 왔구나'하며 원망과 체념이 뒤엉킨 맘으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지

그게 나 다운거라 여겼어, 난 착한 아이였으니까

외로움이 나를 떠나 거리를 배회할 때면 난 그제야 즐거웠고 이 즐거움도 잠시

네가 다시 찾아올걸 알기에 견딜 수 없이 불안했어

그런데 외로움아, 지금 보니 너는 내 삶의 특별한 순간마다 나와 함께 했구나

특별한 순간마다 네가 날 찾아온 거였구나

아니 네 덕분에 그날이 더 특별한 날로 기억되는 건지도 모르겠어



이런 나에게 외로움이 말한다.

"내가 너를 찾아온 게 아니야. 나는 네 주인이었어"



그래, 넌 여전히 나와 함께하지

내가 이토록 너와 함께 하는 순간을 즐기게 될 줄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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