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라오스의 방비엥이다. 방비엥은 라오스를 찾는 여행객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곳으로 카약, 튜빙, 버기카, 롱테일 보트, 집라인, 열기구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열기구를 제외하고 모든 액티비티를 즐긴 우리 일행은 일정에는 없었던 패러모터에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방비엥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추천 코스라는 가이드말에 모두 솔깃해졌기 때문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높은 곳에는 잘 가지 않는 나로서는 대담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한 집라인을 9코스나 통과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일단 타 보기로 했다. 차례가 되어 긴장된 마음으로 운전석 뒷좌석에 올라탔다. 요란한 모터소리와 함께 힘차게 달리더니 금세 붕 떠올랐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바로 얼음이 되어 버렸다.
눈앞에는 사진과 같은 장관이 펼쳐져 있었지만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달랑 양 어깨에 걸린 안전벨트와 실력도 모르는 조종사를 의지하며 앞으로 15분 정도는 비행해야 하는 현실에 손과 발이 땀에 촉촉하게 젖었다. 무서움을 상쇄시키고자 큰 소리를 내며 좌석 양 옆에 있는 손잡이를 꼭 붙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멎을 것 같은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을 돌자마자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해를 공중에서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벅찬 가슴에 살짝 눈물이 났다. 자연은 너무나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조종사와 난 침묵하며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경관을 눈에 가만히 최대한 담을 뿐이었다.
해를 뒤로 하고 높은 산봉우리들을 발 밑으로 지나가자 멀리서 열기구가 다가왔다. 조종사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나에게도 손을 흔들라고 살짝 뒤돌아 보았지만 손을 떼기는 어려웠다. 대신 열기구를 탄 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 주었다. 문득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에 나오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경비행기는 아니지만 바로 그 여주인공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내 생전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그 여주인공처럼 하늘 위에서 바람을 직접적으로 온몸으로 맞으며 내려다보는 자연은 나에게 지극히 값진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방비엥을 통과하며 흐르는 남송강과 시내의 모습들을 구경하고 다시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올 즈음에야 나는 용기 내어 한 팔을 들었고 하늘의 바람을 손바닥으로 직접 느껴 보았다. 그리고 땅에 완전히 닿기 전에 서둘러 두 손으로 기념셀카를 찍었다. 비록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나는 방비엥의 공기, 풍경들과 하나가 되었고 설명하기 힘든 깊은 평화로움이강물처럼 흘러 온몸을 감쌌다. 주어진 상황에 나를 맡기고 그냥 해 보았을 뿐인데 그리고 그런 용기조차 라오스에 오자 주어진 것인데 생각보다 큰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