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서록서록을 시작했는가?
기록이 필요한 이유 첫 번째는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드라마 도깨비 대사에서 신이 준 선물이라고도 하지만 내가 머리에 어떤 것을 지우고 어떤 것을 남길지는 선택할 수 없다. 기록을 하면 내가 어떤 것을 남길지는 선택할 수 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록하여 남긴다면 머릿속에서는 사라질지라도 내가 한 기록물이 남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록이 일종의 역사가 되어준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남기는 것과 동시에 꾸준히 이어진다면 기록 자체가 나의 역사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과거의 어떤 시점에는 이랬고, 그 뒤엔 어땠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바뀌어 온 무언가를 알 수 있다. 내가 하루에 몇 개의 푸시업을 했는지 적는 것만 해도 쭉 이어온 개수의 변화를 알 수 있고, 스케줄 표에 적힌 일정들을 보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알 수 있다. 나의 어떤 부분의 역사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기록을 통해 그 시점의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실제로 해보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작년 12월 7일에 처음 서록서록을 시작하였고, 올해 12월 7일이 되면 그날의 질문에 대해 새로 대답해 보고 작년 답변과 어떤 것이 달라졌고, 왜 그런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나는 진화하든 퇴보하든 계속해서 변하고 있지만 그걸 기록하던 시점의 나와 그 기록은 변하지 않는다. 1년짜리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기분일 것 같다. 내가 그 기록을 남긴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1년이 지나 내가 다시 해석해보고 지금의 나는 어떤지 새로 기록하면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