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의 문맹인 이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문자를 읽거나 쓰지 못하는 상태의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문맹인 이란 요즘세대에 컴퓨터나 핸드폰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지칭한다.
모든 것을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하는 세상이다 보니 회원가입이 안되면 아예 접속조차 안 되어 소외된 느낌이다.
설령 노인이 컴퓨터를 잘하여 예약을 할 수 있다 해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왜냐하면, 채 1분도 안 되어 예약이 다 끝나버리는 젊은이들의 손 빠름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한테 아쉬운 부탁이나 의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오육십 대 주부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들 또한 까다로운 컴퓨터를 할 때면 같이 살고 있는 자녀에게 물어 해결을 한다.
하지만 출가를 다 시키고 두 부부만 남은 상태의 노부부에게는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조차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배달 앱에서 음식 주문하기, 유명 맛 집 알아보기, 길 찾기, 원하는 물건 직구하기, 응급병원 알아보기, 건강 체크와 음악다운로드하기, 콜택시 부르기, 음식점이나 기차표 공연 티켓 예약하기 , 골프장 부킹하기, 코파알럿에서 정보 알아보기 등등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어있다, 요즘 세대에는 실생활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다면 문맹인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해 보니 아날로그 이전의 시대가 그립다. 다소 느리고 어눌하지만 그 시대의 정서인 낭만이나 정겨움도 있고 세상 살아가는데 뭐 아쉬울 것도 어려움도 없었다. 지금은 공항에서조차 안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행기 티겟도 공항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스스로 티켓을 체크해야 하고 외국에 가서도 입국수속을 공항 내에 비치해 놓은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스스로 여권과 비행기티켓을 체크하다 보니 혼자서 어디를 간다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첨단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산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빠른 세상의 변화는 우리 노인에게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다. 정말 어렵싸리 적응을 다 해 놓으면 또 다른 새로운 물결에 우리를 혼돈 속으로 빠트린다.
배우고, 적응하고, 음미하는 정서적 시간들이 필요한데, 새로운 것들이 너무나 빨리 급변하다 보니 시공간의 문화적 정서들이 부족한 것에 인간미의 상실과 아쉬움에 회의감 마저 든다.
그래도 어쩌랴! 적응하며 살 수밖에~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하라 했던가. 요령껏 살면 된다.
나의 모임은 볼매친 이란 네 명 모임이 있다. 볼수록 매력 있다 하여 붙인 이름인데 구성원이 50대 60대 70대가 2명이다. 그중 50대가 정보도 빠르고 컴퓨터도 잘한다. 게다가 운전도 잘하여 장거리를 갈 때에도 항상 그녀가 한다. 우리는 50대가 하자는 대로 거의 수용한다. 유명 맛 집을 자주 가는 편인데 늘 맛 집도 그녀가 예약하고 또한 1분이면 끝나는 골프장 부킹도 그녀가 한다. 어디를 가던 지 그녀의 쾌적하고 편안한 BMW 720으로 우리를 모시고 간다고나 할까? 늘 그녀의 배려와 희생으로 우리는 그녀에게 고마워하며 모두가 애지중지한다. 우리들은 고마운 마음에 그녀가 제안을 하면 어떤 곳이든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따르는 편이다. 그녀의 닉네임은 우렁 각시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전에서 하는 나훈아 콘서트를 상의도 없이 예매해 놓았다. 너무 멀어 속으로 피곤하면 어쩌지 하며 우려하였는데 토요일이라 가는 시간만 4시간 20분이나 걸렸다. 다행히 콘서트는 우리의 고생을 몇 배의 가치로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우리는 1인 30만 원에 예약을 하였는데 티켓 1장 의 값이 105만 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나훈아는 7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도 여전하였고 천박하지 않은 섹시함으로 눈에서 젊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찢어진 청바지에 팔뚝이 보이는 짧은 셔츠를 입었는데 팔 처짐이 하나도 없이 근육과 탄력을 보유하고 있어 저 나이에도 관리를 잘하면 탄력과 건강미 넘치는 몸매로 늙어 갈 수 도 있구나. 순간 나도 PT를 하면 저렇게 될까 생각하며 속으로 묘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젊었을 때의 나훈아는 억지로 섹시함을 드러내 놓으려는 느끼함이 있었다면, 지금은 적당히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삶의 지혜도 말하며, 나라도 걱정하는 애국심도 진심으로 보이고 윗트도 있으며 나이 들었음에도 매력이 뿜뿜이었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매력은 자기관리하기 나름이다라고 생각했다.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의 경험은 참 잘한 선택한 이었다. 같이 갔던 60대 동생은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매력 있어 보인다는 뜻밖의 말에 우리 모두 까르르 웃었다.
콘서트를 보며 웃고 즐기고 감동했던 그 순간의 공감대는 우리들만의 두고두고 회자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결론은 컴이 일상화되어 버린 현대를 사는 어르신들도 컴을 못하면 볼매친의 구성원처럼 모임에 컴 잘하는 젊은 아우를 영입 하면 될 일이다. 모임에서 나이 있는 큰 형님은 눈빛에 사랑을 가득 담아 컴 잘하는 아우에게 식사도 사주고 작은 선물도 가끔 챙겨주면서 컴의 예약이나 할 일은 모임의 막내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로 있던 것이 없어져서 불편하더라도 없는 대로 그럭저럭 참고 살아간다는 뜻으로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라는 오자성어가 있다.
여기에서 亦(또 역)은 ‘어떻게든 또 다른 방식으로’ 支(가를지) ‘지탱하거나 버팀’의 뜻이다. 살면서 이러한 경우의 수는 많을 것이다. 지혜롭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