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이었던가. 나는 친구들과 함께 용인의 개천을 따라 다소 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가다가 개천 건너편에 넓지 않은 텃밭이 있는 걸 보았는데, 텃밭 한가운데에는 검정 차광막을 씌운 작은 움막이 하나 있었다. 움막 주변은 통하는 길 없이 산비탈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그 집 앞에는 두 개의 줄이 개천을 가로질러 늘어서 있었고, 반대편 줄을 묶은 길다란 막대기 사이로 저렇게 푸른빛 작은 물탱크를 잘라서 만든 나룻배(!)가 놓여 있었다. 배는 따로 노가 없이 줄을 잡고 개천을 건널 수 있게 만든 듯 하다.
사실 이 개천물은 그렇게 깊지 않았다. 기껏해야 무릎보다 조금 높을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타는 기분이 더 느긋할 것 같긴 하다. 이왕이면 조심하면 좋겠지만 빠져도 뭐 옷만 버리는 거지. 하지만 급하지 않게 천천히, 줄을 잡고 가면 괜찮아.
2시간 전에 갔을 때는 배가 산책하는 편에 '정박'해 있었는데, 석양이 질 무렵 돌아오는 길에는 없던 오토바이가 놓여져 있고, 배는 건너편에 놓여 있었다. 그 사이에 시내에서 일을 보고 온 집주인 분이 귀가했다는 걸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웃사람들도 배가 놓인 자리를 보고 바로 알겠지. 이 사람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