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성에만 있다는 바람.
물처럼 출생지도 없고
불처럼 목적지도 없다.
바람은 다만 떠난다.
출발점도 종착지도 머무름도 없이.
누군가 가지려 해도 막을 수 없고,
들으면 소리가 되어 사라진다.
그래서 바람은 흔든다.
나뭇 가지를, 물의 결을, 창을,
흔들다 못해 할퀴고 떠민다.
어떤 날은 속삭이며 지나가고
어떤 날은 충동질한다.
존재하되 형체는 없고,
어디서든 있으되
어디에도 없는 바람-
삶도 어쩌면 그런 바람 같아서,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는
그 바람의 고삐를
한 번쯤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