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남동부 일대, 론강의 하류에서 알프스산맥을 이르는 지방이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아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프로방스를 떠올리는 순간 나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고흐의 <추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목가적인 곳인지 알 수 있다. 멀리 알프스의 준령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고 누런 황금색 들판 사이로 붉은 지붕의 농가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들판에는 막 추수를 끝낸 농부가 커다란 마차에 농작물을 가득 싣고 있다. 싸리 울타리 밭 속에서 어떤 여인이 무언가를 따고 있다.
아를의 여인인가. <아를의 여인>은 알퐁스 도데의 희곡이다.
프로방스의 농가에 사는 청년 프레데리는 아를의 투우장에서 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로 어린 시절 친구와 약혼한다. 결혼식 전날 밤 프레데리의 집 뜰에서 축하 파티가 벌어진다. 여기에 초대받아온 아를의 여인이 춤추는 장면을 보고 프레데리는 괴로워하다 2층 창문에서 투신하고 만다.
알퐁스 도데의 희곡이 발표된 그 해인 1872년에 그르주 비제의 음악이 공연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아를의 여인>이다.
알퐁스 도데의 문학에 심취한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를의 여인>은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무엇엔가 우수에 잠긴 듯한 얼굴이다. 흰 목도리를 하고 검은 옷을 입고 한 손을 얼굴에 대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는 집시의 분위기가 감도는 듯하다.
어제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 온 『클래식 음악 수업』을 밤중에 읽었다.
어떻게 하면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종합 안내서란다.
“음악은 언어와도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낯선 외국어입니다. 모든 익숙한 것은 ’ 낯선 처음‘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낯선 처음에는 아주 작은 ’ 반가움‘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의 힘입니다. 전부 이해하지 않아도 아주 작은 반가움과 호기심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클래식 음악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희
첫 번째로 소개한 음악이 ’ 플루트 소리 감상하기‘다.
조르주 비제, <아를의 여인> 중 미뉴에트의 선율이 울려 퍼진다.
그동안 어떤 음악인지도 모르고 들었던 귀에 익은 음악이다. 플루트의 음률이 내 가슴을 적신다. 나는 어느덧 프로방스의 황금 들판을 거닐고 있다. 울창한 수목과 황량한 알프스의 돌산이 어우러진 프로방스에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속에 그을린 아를의 여인은 정열적인 여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