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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돈 Dec 07. 2024

아를의 여인

아를의 여인

최원돈


프로방스.

프랑스의 남동부 일대, 론강의 하류에서 알프스산맥을 이르는 지방이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아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프로방스를 떠올리는 순간 나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고흐의 <추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목가적인 곳인지 알 수 있다. 멀리 알프스의 준령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고 누런 황금색 들판 사이로 붉은 지붕의 농가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들판에는 막 추수를 끝낸 농부가 커다란 마차에 농작물을 가득 싣고 있다. 싸리 울타리 밭 속에서 어떤 여인이 무언가를 따고 있다.


아를의 여인인가. <아를의 여인>은 알퐁스 도데의 희곡이다.

프로방스의 농가에 사는 청년 프레데리는 아를의 투우장에서 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로 어린 시절 친구와 약혼한다. 결혼식 전날 밤 프레데리의 집 뜰에서 축하 파티가 벌어진다. 여기에 초대받아온 아를의 여인이 춤추는 장면을 보고 프레데리는 괴로워하다 2층 창문에서 투신하고 만다.


알퐁스 도데의 희곡이 발표된 그 해인 1872년에 그르주 비제의 음악이 공연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아를의 여인>이다.

알퐁스 도데의 문학에 심취한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를의 여인>은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무엇엔가 우수에 잠긴 듯한 얼굴이다. 흰 목도리를 하고 검은 옷을 입고 한 손을 얼굴에 대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는 집시의 분위기가 감도는 듯하다.


어제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 온 『클래식 음악 수업』을 밤중에 읽었다.

어떻게 하면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종합 안내서란다.


“음악은 언어와도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낯선 외국어입니다. 모든 익숙한 것은 ’ 낯선 처음‘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낯선 처음에는 아주 작은 ’ 반가움‘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의 힘입니다. 전부 이해하지 않아도 아주 작은 반가움과 호기심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클래식 음악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희


첫 번째로 소개한 음악이 ’ 플루트 소리 감상하기‘다.

조르주 비제, <아를의 여인> 중 미뉴에트의 선율이 울려 퍼진다.

그동안 어떤 음악인지도 모르고 들었던 귀에 익은 음악이다. 플루트의 음률이 내 가슴을 적신다. 나는 어느덧 프로방스의 황금 들판을 거닐고 있다. 울창한 수목과 황량한 알프스의 돌산이 어우러진 프로방스에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속에 그을린 아를의 여인은 정열적인 여인이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이 음악을 들으며 프로방스를 꿈꾸어 본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언제 이루어지려나. (2024.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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