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고등학교 동기동창들과 천리포수목원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본 동창들은 나름대로 얼굴이 익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 주름에서 켜켜이 쌓았던 팍팍한 세월의 흔적을 보았다. 어떤 친구는 몸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왔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젊은 시절에 술을 엄청 좋아했는데 이젠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 친구를 보면서 술을 적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철을 타고 성남시청앞에 도착해 우리의 놀이터인 관광버스에 올랐다. 뒷자리에는 술을 먹을 수 있는 탁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 등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며 술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졌다. 고속도로는 토요일 주말이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기에 나들이 차로 인해 꽉 막혔다. 세 시간에 걸쳐 이야기꽃을 피우니 우리의 목적지인 천리포수목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여름이 갔다지만 아직도 햇볕은 따가웠다.
천리포 수목원은 미군장교이셨던 민병갈님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으셔서 여러 식물들과 나무를 심으셨고 식물연구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해설가의 안내에 따라 두 파트로 나누어 나무와 식물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았다. 총 62ha의 부지에 본원에 해당하는 밀러가든과 에코힐링센터,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7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식물 종류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안면도 입구에 있는 횟집에 들러 광어회와 대하를 맛있게 먹었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은 회와 제철인 새우를 구워 먹으니 입안이 아주 즐거워했다. 꽃게를 형상화해서 지은 꽃게다리에 올라 사진을 찍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 그리고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각기 아름다움을 뽐내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멋진 풍광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그렇게 평온하면서 행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친구들의 노래자랑이 벌어졌다. 친구들은 각자의 18번곡을 아름다운 음정과 박자로 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6학년 남자들만의 7080노래소리가 버스안을 선율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렇게 여유있게 익어가는 삶도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24.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