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에 시린 바람이 불어오면
올 한 해도 다 지나가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
벌써 눈앞에 다가왔음을 또 새삼스레 느낀다.
누군가는 열심히 교과서와 기출, 그리고 인강에 파묻혀 살고
누간가는 벌써부터 스무 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어떤 자세로 수능에 응하고 있든지
그들 모두 수능날 만큼은 수험생이 되어
각자의 최선을 다해
50만 명과의 처절한 펜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사인펜 잉크와 샤프촉을 쉴 새 없이 휘갈기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이,
마치 고지전을 연상하게 한다.
그렇지만, 수능은 처절한 고지전이 아니다.
다음 시는
2024년, 고2 9월 국어 모의고사 중 나왔던 지문이다.
이 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여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더 높이 오르는 삶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삶이
더욱 가치 있다.
물론,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대부분의 수험생들의 최종목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적인 성공을 통해 행복을 얻으려면,
더 높은 학교, 더 전도유망한 학과를 가야 하고,
그러한 인생로드맵의 첫 단추가 수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속리산에서」가 주는 교훈처럼
고지에 오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시험을 인생로드맵의 완성을 위한 첫 단추로 본다면,
단순히 이는 훌륭한 성적표를 위한 ‘정복의 관문‘이지만,
시험을 인생이라는 그 길 자체로 본다면,
그동안의 나 자신을 보여주는 ’기회의 관문‘이 될 수 있다.
아마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들 것이라 본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시험이라는 과정은 그저 관문에 지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관문을 어떻게 보고 인식하는지에 따라
수능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아니,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에 있을 모든 시험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만일 ’정복의 관문‘으로 임하면,
시험을 준비했던 시간은 그저 인생에서
낭비되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의 관문’으로 임하면,
그 관문을 넘기 위해 준비한 모든 시간들이
인생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러니 명심했으면 한다.
수능은 결코 정복의 관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그 시간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5, 6등급. 하다못해 9등급이라도 어떠한가.
수능에서 9등급을 받는다고
내가 9등급짜리 인간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 노력한 만큼 기량껏 발휘하고
후회도 자책도 없이
12년의 긴 여정의 좋은 끝맺음을 맺기를 소원한다.
자신을 믿고, 더욱 사랑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