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을 녹인 용광로 속 같은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처럼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를 지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세 등등하던 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아침 저녁에는 더위를 덜어낸 바람도 붑니다.
오늘 아들이 졸업했습니다. 교정을 돌며 사진을 찍는데 뜨거운 햇볕에 머릿속 땀구멍이 활짝 열린 것 같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사진 찍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아들이 그만 찍자고 합니다. 제가 우겨서 몇 컷 더 찍고 결국 카페로 향했습니다.
카페 주차장 한쪽 벽에 제 어깨 높이의 지지대를 타고 올라간 오이가 군데군데 노란 별꽃을 피웠습니다. 어떤 별꽃은 입을 반쯤 다물었습니다. 잎들은 수줍어 얼굴을 들지 못하는 새색시처럼 고개 숙이고 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든 것처럼 늘어진 오이 잎을 보는데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날이 더워 그렁가 참깨가 씨득씨득하그마.”
8월초, 엄마아빠를 모시고 지리산 와운마을에 있는 천년송을 보러 갔었습니다. 엄마는 차를 타면 자는 법이 없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하겠다는 태도로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자신이 심고 수확해 본 밭작물은 더 잘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날이 더워 그런가 참깨가 씨득씨득하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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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사투리 사전: 씨득씨득
‘시드럭시드럭’은 꽃이나 풀 따위가 시들고 말라서 생기가 없고 거친 모양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 말의 준말은 ‘시득시득’이고 방언이 ‘씨득씨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