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께 말이어라...
2015년 2월,
우리는 생애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하고 새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들뜬 마음 뿐만 아니라 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3월 어느 날...
신랑이 출근하는 길에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잠깐 앉아 보라며...
"우리 세계 여행 가자!!"
엥? 이 분이 정신줄 놓으셨나 갑자기 웬 세계여행???
무슨 소리냐 물으니 그 동안 생각 많이 했는데 여러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지금이 딱 적기인 것 같다나?
뭐가 적기?? 집 사느라 대출도 받았고 아이들도 전학 와서 이제 좀 적응하려는 참인데... 그리고 여행 비용은 또 어디서 나서? 양가 어른들한테는 뭐라 말씀드리고? 거기다 이 집은 또 어쩌고, 직장은......?
그 때 큰 아이는 11살, 둘째는 9살, 막내는 7살이었다.
애 셋을 데리고 세계 여행이라니... 그것도 비용 아껴야 한다며 캠핑으로 하자는데...
우리 가족은 지금껏 한국에서도 캠핑 한 번을 안 해 봤는데 이건 또 뭔소리인가;;
거기다 비용은 대출을 받아서 가자는 아주 뒷목 잡고 쓰러질 소리만 늘어 놓았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단호하게 말했지만 그 때 그 간절했던 신랑의 눈빛과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거절을 못하고 대신 일주일 동안 기도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우리 가족끼리는 해외 여행 한번도 안 해봤는데 이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데리고 캠핑으로 세계 여행을 하자는 신랑의 말이 현실적으로는 너무 터무니 없는 소리 같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갑자기 지난 10년을 넘게 가족을 위해 정말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해 온 신랑의 모습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래, 지금까지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준 신랑한테 선물한다 생각하고 허락해 주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 뒤 신랑한테 알겠다고 가자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신랑 왈...
"그럴 줄 알고 이미 티켓팅 했어~~~~~~~"
헐......!!!!!!!!!!!!!!!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세계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3월도 거의 다 지나갈 쯤인데 우리의 출국 예정일은 5월 27일이다.
두 달 동안 캠핑 장비를 중고로 구입하고, 예방 접종도 하고, 비상약도 구입하고...
식구가 많으니 주사비며 약 값까지 해서 10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참고로 볼리비아는 황열병 예방접종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아프리카는 말라리아 약을 한 달분 구입해 갔다.
아이들 학교 선생님께도 말씀드리러 갔더니 다들 어안이 벙벙...
3개월 이상 학교를 결석하게 되면 무단 결석으로 처리되어 생활기록부도 없고 돌아와서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통과가 되면 제 학년으로 올라가는거고, 점수가 미달이면 한 학년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고 한다.
어차피 여기서도 아이들 어릴 때는 놀리자 주의여서 학교 공부만 시켰던 터라 1년간 공부를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돌아와서 제 학년으로는 올라가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욕심?
그리고 각종 고지서며 자동이체 등을 처리하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물론 여행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캠핑을 할거라 그냥 날씨가 춥지 않게 대륙 이동 경로만 정해 놓고 진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미국&캐나다 -> 유럽 -> 아프리카 -> 남미 -> 호주, 뉴질랜드 -> 아시아 순으로 돌 계획만 짜 놓았다.
겁이 없는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딱 이 상태로 우리는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이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인듯 했는데 그래도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마음들이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을 셋이나 데리고 가야 하니 아프면 어쩌나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면 걱정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그냥 내려놓기로 하고...
캠핑 장비와 옷은 1인당 네다섯 벌만 챙기고, 비상약과 먹을거리 몇 가지...
초간단하게 챙겨 5월 27일 떠나게 된다. 2달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하다...
그래!! 한 번 해 보자!!
기도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