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핼쑥해진다 시리즈
나 취업 못해
33세의 다 커버린 성인이 된 동생은 취업을 하지 않겠다고 아니, 못한다고 선언하였고 그 소리에 나는 앞으로 쓰러지고 엄마는 뒤로 넘어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내 뇌는 시간을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알아서 취업하겠지 생각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엄마는 몇 년 동안 동생을 닦달했고 자주 다투었다. 그때마다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좀 놔두라는 동생의 울분에 나도 엄마도 마음은 끓지만 그저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일이 터질 줄이야.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
문제의 조짐이 보였다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무탈하게 자라온 동생. 조금 남다른 점이 있다면 소심하고 조용했다는 것. 그저 낯가림이 조금 있는 수줍은 아이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나와의 사이도 친구와의 관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재수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능 6등급
동생은 수능 점수가 마음에 안 든다며 재수학원에 다닐 거라 통보하였다. 엄마는 단호히 반대하였고 나 또한 엄마 편이었다. 평소 성적이 좋았다면 엄마가 지원해 줬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나는 동생 편을 들었을 것이다. 엄마와 나는 6등급 성적을 받아온 동생의 재수를 지지해 줄 수 없었다.
평소 동생은 학교를 졸업하면 기술 배워서 남보다 빨리 돈을 벌 거라고 말하였기에 그냥 그런 줄 알았다. 그랬던 동생이 수능을 본 직후 막무가내로 친한 친구 B와 같이 재수학원을 가겠다고 우기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 B는 이미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엄마는 목표도 없이 친구가 재수하니깐 따라서하려 한다고 동생을 꾸짖었다.
재수할 거라고!!
재수를 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지만 동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쉽게 허락해 줄 수 없는 우리 집 사정을. 재수는 없다는 엄마의 단호함에 소심한 동생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코를 삼키며 울 뿐.
시선 둘 곳이 없던 나는 그저 화장실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따라 습기에 부풀어 오른 우리 집 화장실 문은 또 왜 이리 낡아 보이던지..
그렇게 한참을 훌쩍이던 동생이 말하였다.
이혼할 거면 왜 둘이나 낳았어?
다음 이야기는 2화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