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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Nov 26. 2024

열심히 할 테니 좋아해 줘

잔상


아무 지식 없이 일단 내가 쓴 글로 만든 책 한 권 만들겠단 목표로 글을 모은 시간이 어느덧, 4년이 되어간다. 글을 쓴다는 말은 아직도 부끄럽다. 글을 쓴다고 하면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인생을 확 바꿔야만 할 거 같은 무게가 생기기 때문에 그렇다. 아직은 그만큼 용기가 없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꾸준히 기록하고 모으는 습관이 내 삶에 자리를 잡은 나는 수필을 잘 쓰고 싶다. 내 책 한 권, 작가라는 꿈을 열어준 문장들이 대부분 독립출판에서 나온 수필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수필을 잘 쓰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많은 작가님들이 건강한 몸이 있어야 한다고 각종 인터뷰에서 말씀하신다. 인천과 서울을 통학하고 맡은 게 너무 많다는 핑계로 나에게 인사하는 운동을 외면하던 요즘이다. 하... 요즘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픈데 오랫동안 이 일을 하려면 운동도 습관으로 몸에 자리 잡게 해야겠지.. 글을 쓰고 책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운동이라는 것이 슬프고 또 슬프다. 운동은 종강하면 시작하고 일단, 글을 쓰는 시간대를 바꿨다. 원래는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밤에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흔히 말하는 새벽 갬성을 빌린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유 모를 밤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이어져 낮에는 일상을 보내고 밤에는 글을 썼다. 새벽 갬성도 좋은데, 앞으로 더 많이 글을 쓰기 위해선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건강한 글을 쓰기 위해 낮에 글을 쓰는 루틴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온전히 집에 있을 수 있는 날에는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잠시, 창문을 바라보면서 어제 썼던 글에 더 첨삭을 해보기도 하고, 첨삭을 하다가 생각나는 글감이 있으면 다시 흰 백지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또 다른 글을 잘 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뭐가 있을까. 그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글을 잘 쓰려면 SNS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반갑지 않은 이야기가 들렸다. 너무 많은 정보와 투 머 치한 근황들이 모여있는 곳. 인스타그램만 줄이면 핸드폰을 잡는 시간도 줄테고, 정보와 누군가의 근황에 쏠린 시선이 나에게 집중될 테니 에스엔에스를 줄이라는 말은 동의가 됐다. 그렇지만, 여기에 약간의 반박을 하자면 나는 릴스라는 기능도 최근에 알았고, 인스타그램 위에 있는 프로필에 들어와 있는 불을 없애고 싶어 스토리를 그냥 넘기고, 내 글 올리느라 정신없다. '나는 다른 사람의 근황이 궁금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거야'라는 침발린 말로 누나 따라 인스타를 한 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다. 글을 쓰고 모으는 꾸준함을 앞에서 이야기했는데, 인스타를 들어가는 것이 어쩌면 내 인생에 가장 꾸준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스타그램이 간단하게 외로움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어디서 채울까. 나는 외로울때 인스타그램에서 내 게시물을 올린다. 누군가의 일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게시물을 올린다. 신날 때도 올리고,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도 올린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는 글을 모으기 위해서도 올리고, 사진찍기 시작하고는 내 사진의 반응을 보기 위해 올린다. 올린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여러 사람들의 반응이 누군가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위안으로 내 외로움을 채워준다.


간혹 주변에 에스엔에스를 하지 않는 지인들에게 왜 안 하는지 물어보면 '너무 어렵다.',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이 오곤 한다. 그중 다른 지인은 '얇은 소식은 불편하고 힘들다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책방과 카페 그리고 작가님들. 응원하는 연예인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올려주는 계정들을 팔로잉을 하니 어느덧 나는 1200명을 팔로잉하고 있다. 옛날부터 꾸준히 올렸던 게시물 700개. 나는 정말 무엇을 남기고 싶어 하는 걸까.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을 끊지 않고 매일매일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이 연재되는 날에는 내 소식을 올린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진심으로 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너무 많은 글을 올리고 너무 많은 소식을 내 계정에 남기다 보니 내 글이 온갖 곳에 남겨진다는 것이 때로는 나라는 사람을 안전하지 않은 어딘가에 남겨놓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올리는 글 소식을 통해 내 글을 접하는 그 한 명이 봐주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을 받고 또 오늘도 글을 남기는 행위를 해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만드며 살아가는 삶을 더 사랑하다보면, 분명 누군가에게 좋아해달라는 말 없이도 스스로에게 건네는 '좋아요'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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