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출산'에 관심 많은 집단은 어디일까? 출산의 주체인 여성? 20대 남성? 아마도 보수적인 종교계일 것이다. 가정의 안정, 그를 통한 국가의 안정을 그 누구보다 중요시하며 교리에서도 중시한 사랑과 재생산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종교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기독교에서 떠받드는 '예수님'도 아버지 요셉으로부터 나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한국은 인구 소멸을 목전에 둔 국가이다. 언론에서 몇 년째 위기와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다. 수많은 출산 정책? 그것은 출산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정상 가족 장려 정책'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한다 하더라도 모든 청년이 대학생이 아니듯, 모든 출산이 정상 가족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혼외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압도적으로 낮다. 50년 가까이 5%를 넘어보지 못한 수준이다. 아니, 그 절반인 2.5%도 되지 못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보수적인 국가들은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었으나, 최근에는 많은 OECD 국가들이 30~50%의 혼외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그럴까?
혼외 출산율은 말 그대로 혼인 관계 바깥에서 출산하는 비율을 말한다. 유명 프로그램 <고딩엄빠> 방송 후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혼모,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최악이다. 제도적 보장 또한 미약하다. 미혼부 출생신고는 2015년이 되어서야 가능해졌다. 콘돔 사용률도 낮고 질외사정으로 피임한다는 사람이 아직도 넘쳐나는 한국에서 미혼모는 죄인처럼 낙인찍힌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 보내진다. 그 규모만 줄어들었을 뿐, 예전이나 지금이나 해외입양 대 국내입양의 비율은 6:4 정도이다.
혼인 중 아이를 낳고도 이혼을 하면 어떨까? 양육비는 원래 글자 그대로 자녀를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을 말하지만, 이혼 시에는 양육권자에게 상대방이 주는 금액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첫 번째 의미의 양육비의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녀를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GDP의 약 8배이다. 반면, 이혼 후 양육비는 현행 최저 금액이 60만 원을 조금 넘는다. 금액을 논하기 전에 애초에 주지 않는 사람이 넘쳐 난다. 양육비 미지급률은 80%에 육박하며, 미지급자를 사적 제재하던 '배드파더스'는 최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슈가 되었던 사유리와 레즈비언 부부의 출산에도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는 건 매한가지이다. 한국에서 비혼 출산은 불법이 아니긴 하다. 다만 산부인과에서는 윤리지침을 방패로 난임 부부 외 대상에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거부한다. OECD 국가 중 공공형 정자은행 체계와 지원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혼인 의사와 출산 의사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둘을 혼용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조사를 한다면 그 비율은 각기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성과 남성을 짝짓고 싶어 할 뿐, 출산은 자연히 뒤따르는 것으로 여긴다. 그 결과 많은 정책의 방향은 여성의 몸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쪽으로 나아간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홀로, 또는 남성이 아닌 다른 대상과 함께 진행하는 출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자,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가 출산에 관심 있는 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