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이름에 대해 자부심이 없다. 나는 아주~~~ 오래전 내 엄마 나이 또래의 아줌마들이 많이 불렸던 '자'로 끝나는 이름을 가졌다.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내 이름은 전선자다.
수진이, 혜련이, 정윤이... 예쁜 이름 다 놔두고 선자라니.
40대 이상이라면 내 이름을 듣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혹시 남동생 있어요?라는 식상한 물음.
그래요. 있어요. 제가 누나랍니다.
'자'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딸들은 남동생을 바라는 부모의 의지(?)가 담긴 이 이름을 평생 남들에게 불린다. 그놈의 아들이 뭐라고.
살다 보니 촌스러운 이름의 좋은 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내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웬만하면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난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데 정말 한~~ 참이 걸리는데 말이다. 너무 유니크하다고나 할까.
요즘 세대에 선자라는 이름은 너무 튄다. 그래서 난 불혹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효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 품에 안았지만 진지하게 개명을 생각해 본 지 20년이 넘어간다. 하필 지금까지 맘에 쏙 드는 평범한 이름을 아직까지도 만나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요내 마음에 와닿는 이름 하나 만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일 줄이야. 오랜 기간 생각한 것이고, 개명신청서에 판사님을 설득할 문장을 채워 넣는 것쯤은 나에게는 귤 까먹는 일만큼이나 쉬울 것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나를 알리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평생 다른 사람에게 불리는 것으로 정작 본인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임신을 한 순간부터 아이들 작명에 한 달 정도씩의 긴 시간을 소요했다. 결론은 황가온, 황가람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거 없는 평범한 이름일지언정 최소한 욕설스럽다거나 수치스러워서 개명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겠다. 그리고 너무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만족해한다는 것이다. 그거면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개명을 하면 이상하다고 하려나?
오늘도 슬초브런치 3기 동기들의 카톡에 있는 실명을 쭈우욱 보며 이쁜 이름이 있나 보고 있다. 이러고 있는 내가 이상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