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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엄마 꺼 옷 입어도 돼요?

304일 차 초등과 옷을 함께 입다니

by 소곤소곤


우리 집에 사춘기의 기운이 드리운 지는 2년쯤 된 것 같다. 엄마노릇은 뭘 했는지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내가 아이들을 키운 건지, 아이들이 알아서 큰 건지. 계속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항상 흐뭇하다.

제법 많이 큰 2호가 어느 날 한 마디를 했다.

나 엄마 꺼 옷 입어도 돼요?

자식에게 주는 것이 아까운 것이 어디 있으랴. 그날 이후로 초등 6학년인 2호와 내 옷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 이젠 아이들의 옷보다는 어른의 옷이 더 좋아 보이나 보다. 다행히 나는 귀여운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 편이다. 맨투맨과 후드 스타일을 좋아하고 청바지 종류는 다양하다. 같은 옷이라도 내가 입었을 때는 평범한 스타일이 아이가 입었을 때는 더 에지 있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젊음이라는 건가 보다. 약간의 서글픔을 숨긴 채로 아이에게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해주었다. 낳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이 커서 이제는 내 옷이 맞는다니. 처음에는 아련한 마음으로 내 옷장을 내주었다. 입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내 옷을 입는 호기심에 들락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외출 준비를 안방 붙박이장 앞에서 한다. 이것저것 다 꺼내 입고 난리도 아니구나. 흥얼거림이 더해진 니 입가의 미소를 보았기에 잔소리는 주머니 속에 집어넣기로 했다.





엄마, 이 목걸이 나 주면 안 돼요?

어제 2호의 한 마디에 철렁했다. 너무 미안하지만 나의 모성애가 여기까지인가 싶어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지금은 안 된단다. 너는 물건을 잘 잃어버려서 말이지.

그리고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단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진 요즘이다. 경기가 안 좋아진다면 달러와 금값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현재 금 1돈에 74만 원이 넘는다. 이 목걸이는 무려 다섯 돈짜리다. 너에게 주는 것이 아깝지는 않지만 혹여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잠 못 들 것 같구나. 그리고 아직 초등학생인 너에게 고가의 물품을 갖고 다니는 것은 위험하단다. 어른이 되면 줄 수도 있다. 그때 가봐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나 좀 이상한 엄마인 걸까? 옷은 되는데 금은 안 되나 보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난 너를 너무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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