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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이 없는 직업

309일 차

by 소곤소곤


3교대 간호사에게는 월요병이 없다. 월요병이 무엇인지 AI에게 물어보았다.

<월요병은 월요일 아침에 특히나 피곤한 상태를 말하며,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다시 출근과 등교를 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월요병이라는 것 자체는 일주일을 규칙적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에게나 걸리는 병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간호사에게는 월요병이 없다. 우리는 요일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근무표에 따라서 업무를 진행하는 직업을 가졌다. 월요일에 쉬기도 하고 일요일에 근무하기도 한다. 간호사에게는 월요병이 없지만 나이트근무의 후유증이 있을 뿐이다.




나는 결혼 전 27살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고 43살에 다시 3교대 근무를 하는 선택을 했다. 변화된 생활 속에 어찌어찌 적응을 하기는 했지만 나이트 근무를 들어간다는 것은 매번 약간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글을 쓰는 지금의 시각은 오전 9시 25분이다.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로 갔다. 집안은 너무 조용하다. 나는 혼자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오늘의 스트레스는 잠을 자두어야 한다는 거다. 피곤하지도 않은데 미리 잠을 자두어야 한다.

어제는 이브닝 근무를 하고 밤 10시에 퇴근을 했다. 숙면한 후 아침 7시에 일어났다. 평일이라 아이들의 등교를 챙겼고, 남편은 알아서 출근했다. 아침 집안일을 대강 마무리한 후 내가 오늘 할 일은 잠을 자두는 것이다.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것은 밤을 새워서 일을 하는 것이다. 오늘 밤 나는 피로에 찌들 것이기에 미리 잠을 자야 한다. 밤근무를 안 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퇴근 후에 잠을 잘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체력이 저질인 경우는 잠으로 체력보충을 하기도 한다. 보통의 근무는 바쁘게 흘러가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체력전인 나이트 근무인 경우는 영양제까지 챙겨 먹는다. 나이의 숫자가 커질수록 영양제의 개수는 늘어만 가더라.

아무도 없는 빈집에 집안일은 내 눈에 거슬린다. 냉장고 정리, 건조기에서 꺼낸 접다 만 빨랫거리들, 책장에 꽂힌 책 위의 먼지들, 에어컨 필터 청소, 신발장 정리, 화장실 청소. 이 모든 집안일은 봤지만 못 본 체하련다. 지금은 이 글 한편을 완성한 후 책을 한 권 볼 예정이다. 너무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루한 독서는 숙면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 이렇게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남들 일 할 때 쉬고 자고, 남들 잘 때 밤을 새워서 일하는 삶을 말이다.

월요병이 없는 간호사라는 삶을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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