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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복에 묻은 동심

301일 차

by 소곤소곤


나는 옷을 잘 못 입는 편이다. 패션 센스는 어디에 갖다 버린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런 것은 없었는지 알 수 없다. 출근하지 않는 날, 텔레비전을 보며 쉬는 날이면 채널을 돌리며 쉬기도 한다. 쇼호스트가 입은 옷이 예쁘면 그대로 주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은 언제나 블랙이다. 올 블랙이 진실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런 내가 정신없는 동물무늬가 잔뜩 그려진 옷을 입고 일하고 있다.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깔끔한 통일된 복장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올 화이트가 대세였다. 솔직히 백바지는 조금 부담스럽다. 요즘은 특히 바지는 어두운 색으로 입는 추세다. 내가 다니는 소아병원도 바지는 진한 네이비 색이다. 상의는 기본 반팔인데 마치 동물원을 연상케 한다. 볼이 통통한 사자와 동물 친구들이 그려있다. 한 마리냐고? 셀 수 없이 많이 그려있다. 실제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마리는 될 것 같다. 상의 전체에 동물들이 가득하다. 대부분의 병원의 경우 차분한 색으로 실내분위기는 차분하다. 대학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아병동만 예외다. 아이들의 경우 차분한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마치 어린이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간호사복이라고 예외일까. 입원한 환아들은 처음에 주사 놓는 간호사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신없는 동물모양의 옷을 입고 다가가면 좀 더 친근할 수 있다. 간호사복에 동심이 묻어있다. 제복은 내 취향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유치한 옷을 입는 것이 누군가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이것을 못 입을 이유는 없다. 오늘도 사파리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일터로 나가본다.


세균과 바이러스들아~ 물렀거라. 호랑이옷을 입은 간호사가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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