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이는 장항준 감독에 관한 이야기다. 알고리즘이 그의 영상을 자꾸만 내 앞에 가져다 놓는다.
'왕과 사는 남자'를 어쩌다 보니 두 번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당연하게 N회차로 관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한 번으로 족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에 대한 호감으로 기꺼이 영화비를 두 번 냈다.
15년 전쯤 방송국에서는, 강호동식 리더십이 통했다. TV매체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기에 현실에서도 강한 리더십이 통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유재석 식의 부드러운 리더십도 존재했지만, 몰아붙이는 압도적 리더십도 분명 병존했다. 장항준 감독의 천만 영화를 목전에 두고, 훌륭한 리더십의 정의도 바뀌는 게 아닐까 기대해 본다.
그는 이전부터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가수 윤종신은 20만 원어치 물건을 사서 장항준 감독을 만나면 20만 원 이상의 웃음과 영감을 받아 왔다고 회고한다. 기꺼이 친구의 물주를 자처한 윤종신은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 분명 그가 가진 인간적인 면모와 선함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가스가 끊겨 물을 데워 목욕하고, 생활비가 부족해 친구에게 쓰레기 종량제봉투까지 부탁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이 시간을 '여름방학' 같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웃음과 꿈과 다정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어렴풋이 넘겨짚어 본다.
"내 현장에서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연기자와, 스텝 모두를 아우르는 현장의 지휘자인 장항준 감독은 위압적인 리더십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의 이런 성품은 '왕과 사는 남자'의 각 배역에 꼭 맞는 연기자를 섭외하기에 이르렀고 더불어 영화계 최고의 스텝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것 역시 감독의 역할이자 능력일 것이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꽃 피운 행복한 현장은 이제 분명한 그리고 행복한 결과를 앞두고 있다.
10년 전 유치원 부모교육에서 들은 강의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차 밖으로 터지는 에어백을 들어본 적 있으세요? 차를 구입하는 구매자는 차 내부에 있는데 왜 밖에서 터지는 에어백을 개발했을까요? 차에 부딪혀서 다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차 안 사람의 안전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고려하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미래의 인재가 될 거예요."
아이에게 시험 문제 하나 더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해왔다. 자신을 우선으로 두되, 타인을 향한 배려도 잊지 않길 바랐다. 실패를 통해 겪게 되는 좌절감,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며 가질 수 있는 자존감을 알려주고 싶었다. 화내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화내지 않고 키우려 노력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 유머를 잃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물려주고 싶었다.
장항준 감독의 곧 천만 영화 소식에 상관도 없는 내 마음이 들뜬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유사성 부족한 두 가지 일을 하나로 엮는 '억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대중은 다정하고 부드럽고 다사로운 사람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이는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런 성품의 사람이 이전보다 더 '희소'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성과가 반갑다. 물론 장항준 감독 혼자만의 성과는 아니다. 치트키인 소재, 잘 써진 극본 그리고 연기자의 좋은 연기까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이 장항준 감독이 짠 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미래는, 도무지 점쳐볼 없을만큼 빠르게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한 경쟁을 업고 펼쳐질 AI시대에 약삭빠르거나 강압적인 사람이 아닌, 선하고 유쾌하며 따뜻한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길 바란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의 무해한 웃음이 떠올라 덩달아 미소 지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