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담소를 나누다 왔는데 마음이 허한 적 있으신가요?말을 많이 하고 나면 내가 소모되는 느낌이에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요.
하버드대학교 언어 관련 연구에 따르면, 말하는 행위가 뇌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여 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요.
저 역시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화의 기본은 경청이지요.
경청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말을 할 때는 신이 나서 말을 한 것 같아요. 마치 도파민의 아바타가 되어 실컷 얘기하고는 연결이 끊어지니 현실이 저를 기다립니다.
이 말까지는 안 해야지 하고, 짐짓 현명한 사람인양 분명히 안 하겠다 다짐해 놓고, 나불거린 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그냥 집에 오면 십중팔구 마음이 허해요. 나의 말이 나를 깎아 먹지는 않았나, 내 말에 누군가 상처받지는 않았나.
사색하고 명상하고 읽고 써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간관계는 겪을 만큼 겪어서 이제 만렙 달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아직도 미숙한 나 자신이 못마땅하기도 하고, 유치한 내 마음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건 말하는 것과 비슷하면서 달라요. 글을 쓰다 보면 나 자신이 치유되고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성 단단하게 꽉 찬 쌀포대이고 싶은데, 지금 빈수레이네요. 덜커덩거릴 때마다 깡통소리가 어디서 들려요. 내 속, 내 마음 안에서.
공허함.
공허함인 것 같기도 해요.
아주 기쁜 일, 즐거운 일이 생기면 도파민 세로토닌이 마구 나오겠죠. 우리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값이고 그것을 위해 애쓴다고 해요. 그래서 쾌락뒤에는 어김없이 고통이 따른다고 합니다. 시소로 치자면 쾌락 쪽이 눌렸다면 잠시뒤, 수평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쾌락이 눌린 만큼 고통으로 시소가 기울어진다고 해요.
오늘 말이 과했나 봅니다.
말하기에서 얻은 쾌락이 넘쳤군요.
시소의 균형을 위해 지금의 공허와 이유 모를 슬픔이 왔나 봐요.
다시 수평을 맞추어주겠지요.
고요하고 깊은 호수처럼 평온하고 싶어요.
바람에 잎사귀는 흔들리지만, 땅속깊이 박힌 뿌리와 굵은 기둥으로 끄떡없는 바오밥 나무이고 싶어요.
육상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큰 코끼리이고 싶어요. 초식동물이라 누군가를 먼저 해칠 일은 없지만, 사자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강한 힘을 가진 코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