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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Dec 02. 2024

브런치 알림을 끌까.

글을 써내는 힘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핸드폰의 잠금 해제이다. 몇 년 아니 스마트폰을 소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변함이 없다. 눈 뜨자마자 이불속에서부터 핸드폰을 본다는 얘기다. 시간을 확인하고 밤에도 열심히 알림 카운트를 올렸을 카톡창을 확인하고 밀린 핫딜 정보를 확인한다.

 여기에 한 달 전부터 추가된 루틴이 있는데 무언갈 쓰고 있는 펜대 모양을 형상화한 것 같은 멋들어지게 생긴 B 로고의 알림 창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알림 창이 한 개 인지 두 개 인지에 따라 아침 기분이 달라진다. 



 보통은 한 개다. 내가 구독한 동기 작가님들은 밤에도 창착활동을 놓지 않으시고 어김없이 발행을 해놓으셨다는 알림 창이다. 어쩌다 한 개가 더 있는데 그건 내 글에 대한 조회수와 라이킷, 댓글을 알려주는 알림 창이다. 친절하게도 n개의 알림이 더 있다고도 표시해 준다. 이 알림으로 그날 하루의 기분이 정해지고 하루 일정이 정해진다. 그런 날은 찌뿌둥했던 아침이 활기찬 광명의 새날로 변신하는 날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7개의 알림이 더 있습니다. 

 'OOO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OOO님이 내 글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O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이런 알림이 잔뜩(내 기준으로) 와있는 것이다. 옆에서 자던 딸이 깨든 말든 요란스럽게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새벽 글쓰기를 해보겠다며 7시쯤 일어나 하루 만에 초고를 쓰고 틈틈이 퇴고를 하다가 다음날 7시쯤 일어나 최종 퇴고를 하고 발행해 버린 글이 떡상(내 기준으로)을 한 것이다. 그날은 계속 알림이 왔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안 그래도 그날은 여기저기 할 일이 많았던 날이라 몸은 할 일들은 쳐내면서도 눈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발이 둥둥 떠있는 기분이었다. 

내 글이 어딘가 노출되었다는 것 같아 안 쓰던 다음 포털 앱도 깔고 찾아보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데 어디서 들 다 보시나 보다.


 그다음 날은 알림 속도가 더 빠르다. 알림 설정을 무음으로 해 둔 게 민망하게 계속 핸드폰을 쥐고서 실시간으로 알림을 확인했다.  3000, 4000, 5000. 친절한 브런치는 1000을 넘길 때마다 알림을 보내줬고 그날은 9000까지 보고 잠이 들었다. 아마 그날 꿈속에서는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지난날을 회상하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꿈을 꾼 것도 같다. 

다음 날 아침.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내 글이 이 정도인가. 역시 예전에 취업준비할 때 구직사이트 주최로 한 자기소개서 콘테스트에서 1등 한 저력이 아직 없어지진 않았군. 한편으로는 다들 이 정도는 하나보다. 내가 이 정도이면 동기님들은 이미 10000은 일상 이시겠지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소심한 I 인간은 어디에 자랑도 못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인지도 모르는 주변 지인들은 물론이고 동기방에도 얌전히 있었다. 

 

  이 기분으로 다음 글을 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10000을 보고 싶다. 새벽에 눈을 번쩍 뜨고 글을 쓰고 또 틈틈이 퇴고하고 발행하는 나 자신이 흥겨워보인다. 근데 어째 잠잠하다. 글을 올린 첫날은 친절하신 동기님들이 봐주셨는데 이틀 사흘이 지나니 펜대 모양 알림은 여전히 1개이다. 내가 모르고 지웠나 싶어 굳이 앱에 들어가 알림을 다시 확인해 보고 통계도 본다. 조회수도 소박하다. 맥이 탁 풀린다. 얼마나 썼다고 벌써 글테기가 왔다. 어영부영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10만 뷰를 이루신 동기 작가님께서 분석을 해주셨다. 무릎을 탁 쳤다. 난 고작 10000에 주저앉을 뻔했는데 이 분께서는 이 현상에 대해 철저한 분석까지 하신 걸 보고 놀라웠다. 출간하신 선배 작가님 책 '현실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에도 이 현상에 대해서 써놓으신 글을 읽었다. 내가 지금 주저앉는 건 너무 민망한 일이었다. 다시 일어나서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글을 써내는 힘은 브런치가 보내주는 조회수 알림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내주는 의지의 알림에서 습관의 알림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었다. 써보자고 운동하자고 보내주시는 동기님들의 진솔한 알림은 브런치 알림보다 더 힘이 있고 마음의 울림이 남는다. 올해 가기 전에 제일 잘한 일이다. 슬초브런치에 합류한 것이.

브런치를 연습장처럼 이용해야겠다.

일기일지라도 끼적거릴지라도 뭐라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아야겠다. 잘 쓰고 싶은 마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돈 벌고 싶은 마음 다 내려놓고 뭐라도 두드려보는 연습장으로 이용하련다. 이 연습장이 그래도 아무나 쓸 수 없고 자격이 되는 사람만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브런치의 알림은 그래도 기분은 좋으니까 끄지는 않을까보다. 이왕이면 펜대 모양 2개 보고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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