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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마망 Nov 14. 2024

레테는 말이야! (feat. 황소수학)

대형 수학학원과 집 공부 그 사이에서의 고민.

휴대폰 문자를 알리는 진동이 울린다.

'뭐지'

확인해 보니 황소수학에서 곧 입학테스트를 본다는 문자였다. 나는 아들의 동의도 없이 우선 해당날짜에 신청을 한다. (아이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교육은 타이밍. 일단 '선 신청 후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언제 테스트 얘길 꺼내지'

신청은 해 두곤 폐렴으로 아픈 아이에게 말을 꺼내질 못했다.  어차피 공부를 하고 갈 건 아니어서 미리 준비할 것은 없어도 시험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보이콧할까 봐 내 가슴은 두근두근 콩닥거렸다.


아픈 아이의 컨디션이 제법 좋아지고 한참 레고놀이에 빠져 있었다.

"아들! 엄마 황소 레테 예약했어"

레고 놀이하다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나를 쳐다보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나 황소 안 다녀! 절대 안 다녀!"

(아들아, 황소는 일단 시험에 붙어야 간다.)

"하하, 알았어. 황소 안 보내. 그냥 테스트만 보고 오자고.  너 수학공부 열심히 한 것 점검. 점검!"

"테스트만 보는 거니 괜찮지? 그럼 그렇게 알고 있어."

"어 ~어~"

아들은 테스트만 보는 것이라는 것에 마지못해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선 다시 레고 삼매경.


'됐다.'

이야기는 꺼내놨으니 일정에 맞춰 이틀 전쯤 다시 말해주고 데려가면 된다. 황소 레테는 이미 작년겨울 2학년 1번 본 경험이 있었고 그때도 일품 합격을 했던 터라 큰 긴장감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황소수학 입학을 안 한 이유는?


첫째,  나는 사교육에 대한 나만의 적정한 금액선이 있다. 초등과정 월 45만 원의 학원비, 중등과정은 무려 50만 원이 넘어가는 비싼 학원비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둘째, 6살 때부터 집에서 교구에서부터 사고력수학, 교과 수학을 집에서 매일 해오고 있다.

조금 더 집에서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라이딩할 자신이 없었다. 문제를 풀지 못하면 집에 안 보내기로 유명한 학원이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이를 죽치고 밖에서 매번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넷째, 선행을 한 아이가 아니어서 2학년 당시 3학년 교과도 제대로 못 끝낸 상황이었는데, 바로 4학년 1학기 심화 진도를 나가는 게 아이에게는 학습 구멍이 생기거나 버거울 듯 보였다.


이 네 가지가 내가 작년에 황소입학을 취소한 이유다.


그럼 보내지도 않을 황소수학 레테를 올해, 다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1년간 아이가 해 온 수학 공부의 점검 차원이다.

'황소 합격 정도는 가능한 정도로 해왔구나'하는 안도감 말이다



드디어 테스트 날,

늘 아침 루틴인 공부를 하지 않아도 돼 신난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이미 레테 경험자라고 어렵지 않게 여유 있게 학원을 도착해 아이를 학원으로 데려다준다.

"편하게 봐. 끝날 때 맞춰 올게"


나는 근처 커피숍에서 1시간 30분의 자유시간으로 날아갈 듯 행복했다.  마침 새로 생긴 새 커피숍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꺼낸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해야 하는 일을 시작한다.

'일요일 오후에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라니' 레테가 참 고마웠다. 그런 꿀타임 만끽 중인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느낌이 쐬하다.

"여보세요"

"네, 여기 황소수학인데요.  00가 어지럽다고 해서 시험 보다가 나와서 밖에서 좀 쉬고 있어요.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 네."

아직 시간이 40분 가까이 남았는데, 아흑, 자주 있는 시험도 아닌데, 울고 싶었다.

황소 보낼 것도 아니라면서 뭘 울고 싶기까지 하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왕 테스트를 보러 왔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받아보고픈게 내 마음이었다.


아이는 이미 시험장에서 나와 앉아서 얼굴이 허옇게 질린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나왔다.

아이가 미안한지, 나를 보자마자

"더 풀어보고 싶었는데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

"괜찮아. 얼른 가서 약 먹자"

내 표정을 살피는 아이의 얼굴이 읽힌다. 아이의 얼굴을 보며 씩 웃어준다. 이내 아이가 안심한다.

"아쉬워......"

아이가 오히려 다 끝까지 문제를 못 풀고 나온 걸 아쉬워한다.


사실,  정말 괜찮았다.

황소를 너무 보내고픈 간절한 엄마는 아니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확인, 점검용으로 황소테스트를 본다. 나도 그중 하나인 셈이다.


괜찮다고 쿨하게 아이에게 말해놓고선 집에 돌아와 저녁에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의 결과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기는 엄마다.

'30분이나 일찍 나왔는데 불합격이겠지.

문제를 뒤에 10문제 가까이 보지도 못했다는데.'

참 웃긴 엄마임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은

'그래도 일품 합격은 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결과 날,

이게 뭐라고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긴장이 되는지.

일품합격이다.

"우와, 일품이라도 합격했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참 그 마음이 간사하다. 합격을 하고 나니, 원래대로 다 봤으면 '실력반'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이 간사한 엄마 같으니라고. 붙기만 해도 다행이다 생각해 놓고.


그렇게  한 달 전부터 예약해서 본 레테는 결국 아파서 다 풀어보지도 못하고 아이의 현재 수준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보자.

매일 해 온 수학공부의 힘!

덕분에 그 상황(시험 중간에 나온 상황)에서  일품반을 붙었다. 매일 수학공부의 힘이 있었기에 합격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이번에도 입학은 거절했다.

솔직히, 아주 잠시 조금 흔들렸다. 황소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내 보고 싶기도 했다. 2학년 때에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고 이번에는 딱 5분 고민했다.

하지만 내린 결론은,

나는 매일의 힘을 믿기로 했다.

"꾸준함이 성공의 열쇠다."


꼭 황소가 아니어도 우린 매일 수학 공부하니까.

황소 다니는 친구들만큼

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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