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1 - 나랑 자카란다 보러 갈래요?
"좋은 이별이라고 아나요?"
"이별이 뭐가 좋은가요?"
"상담하면서 들었어요. 우리 모두는 좋은 이별을 해야한대요"
"그러니까 이별이 뭐가 좋냐고요. 그런 건 없어요. 혜리씨"
"아니요. 있어요."
"이별을 할땐 그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히 슬퍼하고
그렇게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그렇게 이별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한 뒤에 헤어지는 게 좋은 이별이에요."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 속 명대사 중 하나다.
내 기억속의 이별은 좋지 않은 것 투성이었다. 찌질했고, 기분이 나빴고, 슬펐고, 미련이 남았고, 아쉬웠고 등등 부정적인 느낌뿐이었다. 좋은 이별이란 걸 해 본 기억이 없다.
'이별'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슬픈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 앞에 붙은 '좋은'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대비되는 두 단어가 만난 '좋은 이별'이란 말이 꽤 흥미로웠다.
나는 곧 헤어지게 될 '시드니'와 좋은 이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드니에서 마주한 모든 풍경과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쉬워하며,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기로.
"미선자매 자카란다 보러 킬리빌리 가 봤어요?"
"아니요, 못 가봤어요. 안그래도 거기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주엔 거기 가 볼까요?"
"네~ 좋아요."
트레인을 타고 밀슨스포인트 역에 내려 조금만 걷다보면 킬리빌리 스트리트가 나오고 그 길 양 옆으로 보라색 자카란다가 흐드러지게 펼쳐진다. 자카란다는 우리나라의 벚꽃같은 것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보라색 꽃나무의 향연이었다. 마치 나무가 터널처럼 펼쳐져있어서 그 사이를 지날때면 온 세상이 보랏빛으로 물 든 것만 같았다. 그 안에서 우리는 10대 소녀가 된 것 마냥 깔깔대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카란다 꽃 터널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사진 스팟에는 때아닌 줄서기가 시작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그 줄에 동참하고 있었다.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재밌는 행동이었다.
그 와중에 앞 쪽에 길게 줄지어 서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세상의 온갖 포즈를 다 취하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걸 바라보면서도 투덜대기보다는 재미있다고 조잘거리던 우리였다. 보통 그 상황엔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참 이상했다. 누구와 어떤 기분상태로 거기에 있었는지가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새삼 느끼게되었다.
그리고 소중히 챙겨간 셀카봉을 이용해 그 옛날 유행했던 360도 회전하며 셀프 동영상 촬영하기를 시도해봤다. "여기는~ 킬리빌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면서 말이다. 평균연령 45세 4명이 만든 하모니가 보랏빛 거리에 울려퍼진것이었다. 쑥서러운건 잠시뿐, 동영상은 내 핸드폰 속에 소중히 남았다.
시드니 교회에서 만난 소중한 분들과 함께하는 목요워킹.
매주 목요일마다 함께하는 워킹 멤버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이 너무 아쉽다고 하신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갑자스러운 이별을 맞이할 때 큰 슬픔을 느끼게되는데, 이렇게 좋은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것이 참 다행이고,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이별을 위한 다음은 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