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각자의 방에서 울려대는 알람소리.
혼자 안방을 차지하고 잔 지가 오래되었다.
알람 없이도 나는 5시 반에서 6시면 재깍 일어난다.
남편은 왜 안방에 없느냐......
그는 평일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기 때문에
나하고는 사이클이 전혀 안 맞는다.
로또처럼 말이다.
품어대는 냄새와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를
참아내며 함께 잘 수가 없다.
밤 10시쯤에는 잠을 자야만 하는 나로서는
로또 같은 남편을 조신하게 기다릴 수 없다.
월등히 늦게뜨는 아침햇님 덕에 30분씩 늦잠을
자버리는 요즘이다.
그래도 거의 같은 시간에 번뜩 눈이 떠진다는 게
신기하다. 여름동안 준비운동 없이 새벽운동을
한 게 원인인지 발바닥이 몹시 아프다.
까딱까딱 침대 밖으로 발을 디디며, 거실로 나가본다.
그는 소파에 멍석말이처럼 자고 있다.
아들인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다.
그렇게 헷갈린다는 사실에 당황스럽다.
아들이 큰 건지 그가 쪼그라든 건지......
확실히 그가 줄어들고 있다.
어떤 아침에는, 잠을 설친다며 늘어진 난닝구에,
햇빛에 그을린 건지 술 때문에 간이 아픈 건지
거무튀튀한 얼굴을 하고 좀비처럼 앉아있는
그를 보고 흠칫 놀랜다. 누구세요?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졌다.
애기도 아닌 성인도 아닌 아이들은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먹을 수 있는 물체는
다 먹어버린다. 배가 고프니까.
아이들이 배고파할 상황만 생각해도 마음이 조급하다.
어서 가서 밥 해줘야지. 내 발은 계속 뛴다.
할 수 있는 요리가 몇 개 안 되지만,
직접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정신없이 주차하고, 장 본 봉다리를 휘날리며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미 라면 같은 것들을 잡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날 로또 같은 남편이 일찍 와서 아이들 밥 좀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짜증으로 몰려온다.
나는 맨날 동동거리는데,
집에서 아이들이 밥은 먹는지 와이프는 일이 없는지
본인 입신양명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 화가 난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다.
혼자 동동거린다지만,
주말이 되면 밥이 또 그렇게 하기 싫다.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악의 기운만 쏟아내기도 한다.
집에서 잔잔하게 있지도 못할 성정이다.
그나마 직장이라도 다니고 있으니
밥도 하고, 옷도 잘 챙겨 입고, 화장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가족들을 위해 나 혼자만 희생하는 것처럼
곤두 세우는 꼴이 부끄럽기도 하다.
또, 로또 같은 남편처럼
세상살이에 온몸 던지며 일하고도 싶지 않으면서,
마치 그가 발목을 잡는 것처럼 누명을 씌우는 꼴도 우습다.
그만그만하면 된 것 같다.
내 주제에 이만하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