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몇 번은 갑자기 몸살이 난다.
비 예보가 원인이라면 대충 쑤시고 말아야는 데, 그게 아니다.
하루 종일 골이 흔들리고, 온몸이 뚜드려 맞은 듯하다.
갑자기 느닷없이 왜 아픈 걸까. 원인이 있겠지.
40대 중반 나이에 와보니,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하나하나에 흠칫 놀랜다.
가늘고 길게 오래 살고 싶다는 평소 내 신조를 지키려면, 건강해야 한다.
아픈 순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안일이 가득인 집으로 퇴근하고 싶지 않다.
나만 챙길 수 있는 호텔 같은 곳에 기어들어가서 끙끙대고 싶다.
"하루 쉬지 그래? 일 안 바쁘잖아?"
이렇게 말하는 남편의 말속에는 나를 더 열받게 하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있다.
첫째,
똑같이 직장 다니면서 하루 쉬기가 무척이나 눈치가 보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밤새 아픈 아내에게 아침에 던진다는 말 한마디가 고작 그것이런가.
둘째,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바쁘나 안 바쁘나, 일이 중하거나 중하지 않거나 남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 커피만 타는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본인이 바쁘다면 바쁜 거고, 커피가 해내는 역할에 따라 중요도는 엄청 날 수 있다.
그런데, 감히 내 일에 대해 안 바쁘다고 판단을 한다고? 아픈 아내의 자존심까지 긁어버리긴가.
셋째,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왜 아픈지도 모르게 느닷없이 병증이 찾아온다. 벌써 갱년긴가 진짜 늙어가는건가 별놈의 생각으로 복잡하다. 하지만, 매일매일 빨래와 나보다 더 예민한 청소년 살피는 일들은 공장처럼 돌아가야 한다.
아프지만, 그런 일만 산뜻하게 누가 해결해준다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고작 사무실 하루 쉰다고 될 일이 아니란 말이다!!
너무 흥분을 하였다.
남편의 이쁜 조동아리가 아침에 약간 화를 돋우었지만,
다행히 몸은 좋아져서 참아낸다.